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건재한가, 아니면 유고 상태인가.미군이 개전 첫날 크루즈 미사일과 벙커 파괴 폭탄으로 후세인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건물을 명중시키면서 그의 사망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미 CBS 방송은 20일 미 정부 고위관리들을 인용, "후세인이 살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사망설을 처음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은 21일 후세인이 자신의 두 아들 또는 그 중 한 명과 함께 은신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 정보원이 이를 제보했다고 밝히고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전쟁 첫 날 가장 큰 미스터리가 됐다"는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전했다. 미 언론들은 공습 후 현장에 의료진이 긴급히 불려갔고 이라크 수뇌부간 통화량이 거의 끊어졌다는 점을 들어 후세인이 사망했거나 최소한 크게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
abc 방송은 미국의 첫날 공습후 후세인 대통령이 산소마스크를 쓴채 바그다드현장에서 어디론가 실려갔다고 미 정보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이라크의 모하메드 사이드 알 샤프 공보부장관은 21일 개전 후 처음으로 공식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궁이 피격 당한 것은 사실이나 후세인 대통령과 가족들은 건재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라크 국영 TV는 미군의 첫 공습 후 3시간이 지나 대미 항전을 촉구하는 후세인의 모습을 방영했다. 21일에도 이라크 국영 TV는 후세인이 "절대 미국의 공격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그러나 TV속의 후세인이 진짜인지, 또 생중계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TV연설 때의 음성이나 입의 움직임 등을 볼 때 후세인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미·영군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 방영된 이라크 TV속의 후세인은 진짜로 추정했다고 미국의 정보관리가 21일 전했다. 이 관리는 그러나 CIA도 TV화면이 언제 제작됐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미정부 일각에서는 후세인이 공습 개시전 몇 개의 연설을 녹화했다는 정보를 들어 공습 이후의 후세인 연설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후세인 사망설이 이라크군의 사기를 꺾기 위한 심리전인지, 실제 정보에 바탕을 둔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미군은 전쟁의 조기 종결을 위해 후세인 제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군은 개전 전부터 특수부대를 바그다드 주변에 침투시켜 후세인의 행방을 탐지, 정밀 폭격을 유도하는 임무를 맡겼다. 매수한 이라크 정보원들을 후세인 측근 주변에 침투시키고 위성감청망까지 가동하고 있다.
조지 테닛 CIA 국장은 개전 직전,'이라크 내 믿을 만한 정보'를 바탕으로 후세인의 은신처를 파악했다고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국의 한 관리는 "후세인이 사망하지 않았다 해도 미사일이 자신을 직접 겨냥한 것을 보고 측근을 의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또 전자 감청장비를 이용, 후세인과 이라크 지도부내 교신을 분초 단위로 감청하고 있으며 첨단 카메라와 열 감지장비가 장착된 무인항공기도 투입했다.
하지만 후세인도 만만치 않다. 1만5,000명의 공화국 수비대 호위를 받고 자신과 꼭 닮은 10여명의 가짜 후세인을 대역으로 내세워 행방을 숨기고 있다. 또 전국에 산재한 수 십 개의 대통령궁 대신 일반 가옥이나 지하벙커를 이용하고 한 곳에서 하루 밤 이상 머물지 않고 장소를 옮긴다는 얘기도 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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