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 최고의 좌파 신문 르 몽드가 최근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 언론계에 쉽게 꺼지지 않을 불을 댕긴 주범은 지난달 25일 출판된 '르 몽드의 이면(La face cachee du Monde)'. 이미 출판 일주일 전 유명 주간지 렉스프레스가 이 책을 표지로 싣고, 전 25장 중 7장의 내용을 발췌해 공개했다. 나오자마자 25만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 르 몽드의 보이지 않는 배후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프랑스 제일의 민영 텔레비전의 권력체계를 드러내 큰 파문을 일으켰던 피에르 페앙, 르 몽드에서 해고된 필립 코엔이 공동집필했다.630쪽의 방대한 이 책은 르 몽드 사장인 코르시카 섬 출신 장 마리 콜롱바니와 트로츠키주의자였던 유대인 편집국장 에드위 플레넬, 그리고 경영감시위원장이며 유대인인 알렝 멩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들이 신문을 맡기 시작한 1994년부터 창간자의 취지와는 달리 르 몽드의 영향력을 남용, 로비 활동과 일방적 고발을 일삼고 자신들의 이해와 이념에 유리한 쪽으로 보도하는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르 몽드는 1944년 위베르 뵈브 메리에 의해 '세계에 대해 지적으로 정직한 시선'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탄생했다. 현재 프랑스의 유일한 석간으로 남아있는 르 몽드는 불어로 '세계'라는 뜻으로, 창설자는 당시 파리에 있던 18종의 일간지 대부분이 객관적 사실 보도보다는 의견을 표명하는 데 이용됨을 개탄했다.
그런데 오늘의 르 몽드는 파리 정치의 알력 조장에 분분하고, 특히 세 우두머리들이 코르시카 및 유대인 출신임과 연관해 '반프랑스적' 경향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콜롱바니 사장을 코르시카의 마피아, 편집국장 플레넬을 미국 CIA의 아전, 경영감시위원장 멩크를 국제금융업자에 비유한다. 물론 르 몽드는 이 책의 대부분이 중상모략이라며 반론을 펼치고, 저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렉스프레스와 다른 언론을 반격할 태세를 보여 프랑스 언론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 책은 언론 본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군자는 세상사에 편파적이지 않고, 정의를 따를 뿐이다"라는 공자님 말씀에 프랑스 언론인들도 귀기울일 때다.
조 혜 영 재불 번역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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