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제프 훈 국방장관은 21일 "이라크군이 남부 지역에서 최대 30개의 유정에 고의로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당초 수 백 개 유정 곳곳을 방화할 것으로 우려했는데 소폭이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미 NBC방송과 아랍계 위성 알―아라비야 등 언론들은 이라크 최대 유전지역 중 하나인 무에일라 지역의 유정 수개가 불타고 있다고 보도했다.미군측은 이라크가 미군의 공습이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일부 유정에 방화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1991년 걸프전 때처럼 조직적인 방화에는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라크는 91년 걸프전 당시 퇴각하면서 쿠웨이트 내 750개의 유정에 방화, 극심한 환경 피해를 야기했다. 이번에 이라크 내 주요 유정과 송유관이 대부분 파괴될 경우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유역으로 흘러 넘친 원유가 페르시아만으로 유입돼 바다 생태계와 주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때문에 이라크의 유정을 장악, 전후 복구 비용을 충당하려는 미국은 이라크의 유정 방화를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개전 이틀째 바스라 주변에 특수 부대를 투입, 유정 장악을 시도하는 한편, 북쪽 쿠르드족 유전 지대인 키르쿠크를 우선 점령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세에 몰린 이라크가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막판에 대규모 방화를 저지를 가능성은 있다. 세계 2위 생산량을 지닌 이라크의 유정이 방화로 대부분 파괴되면 복구비용만 5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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