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20일 이라크의 보복 미사일 공격을 당한 쿠웨이트는 전쟁 공포에 몸서리치고 있다.이날 쿠웨이트 시티 곳곳에서 날카로운 공습 사이렌이 수 차례나 허공을 갈랐다. 미사일이 인근 사막과 해상에서 굉음을 내며 폭발하자 거리의 시민들은 "실제 상황"이라고 외치며 황급히 인근 건물 지하로 대피하는 소동이 반복됐다. 시민들은 외출을 삼가고 TV가 전하는 전쟁 속보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라크의 보복 공격이 계속되자 화생방 장비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하는 시민들도 목격됐다. 쿠웨이트 정부는 도심과 외곽 진입로 곳곳에 탱크와 장갑차를 증강 배치하는 등 경계 수위를 최고로 높였다.
요르단, 터키, 사우디 아라비아 등 주변국들은 대체로 평온을 유지했지만 이라크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전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수일 째 계속되고 있는 강한 모래 바람 때문에 햇빛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린 하늘에서 언제 이라크의 미사일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중동 전체를 감싸고 있다. 미국의 공습 직후 이들 국가의 도심에선 차량 흐름이 뚝 끊겼고,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만 간간이 울려 퍼졌다.
바그다드 공습이 일단 중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후에는 생필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대형 상점 등이 북새통을 이뤘다.
요르단 암만 시내는 평소처럼 거리엔 차량과 시민들로 넘쳐 났다. 하지만 시시각각 긴박하게 쏟아지는 전황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얼굴엔 팽팽한 긴장감이 배어 있었다. 요르단 정부는 국경지대로 몰릴 이라크 난민 대책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암만(요르단)aquarius@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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