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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등반/ 57세 조안 리 회장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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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등반/ 57세 조안 리 회장 도전기

입력
2003.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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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의 중년 여성이 줄 하나에 의지한 채 깎아지른 절벽에 매달려 암벽등반을 즐긴다면? 젊은 남자도 용기를 내기 쉽지 않은 도전을 그것도 환갑을 바라보는 여성이…. 귀를 의심케 하는 주인공은 바로 조안 리 스타커뮤니케이션 회장. 적어도 그의 베스트셀러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을 읽은 독자라면 이 모험을 충분히 하고도 남을 인물이라는 것을 알법하다.연령차와 국경, 신분의 벽을 허물고 스물여섯살 연상의 미국인 신부와 나눈 파격적인 러브스토리. 로마 교황청에 탄원까지 하며 사랑을 거머쥔 여자이자 성공한 국제 비즈니스 우먼의 상징적 존재인 그가 14일 오전10시 서울 도봉산 입구 주차장에 나타났다. 먼저 도착한 대한산악연맹 이인정(57) 부회장과 10여명의 일행이 반갑게 해후한다.

'암벽등반은 완전히 새로운 맛'

그에게 산은 청춘의 추억을 간직한 오랜 친구나 다름없다. 대학시절 신부님과 일요일마다 북한산, 인왕산 등을 순례하고 내려오는 길에 종로에서 영화를 보는게 데이트 코스였기 때문. 그러나 암벽등반을 시작한 것은 채 1년도 안됐다. 히말라야 원정단장 출신인 이 부회장의 적극 권유 때문이었다. "평생 산과 함께 했지만 암벽등반은 완전히 새로운 맛이었어요. 일반 등산은 걷다가 막히면 돌아가면 되지만 눈앞에 닥친 암벽을 정복하고 올랐을 때의 내려다본 감회는 달랐어요." 조안 리 회장의 암벽등반 예찬론이다.

산장에서 김밥, 라면으로 요기를 한 일행은 1시간여 뒤 얼음이 녹지 않은 폭포바위에 도착했다. 화강암으로 된 수직벽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한국등산학교 유경수 강사가 선등(先登)에 나서는 동안 조안 리씨가 헬맷을 쓰고 각종 고리가 주렁주렁 달린 안전벨트로 허리와 다리를 묶었다. 미끄러짐을 막아주는 암벽화도 신었다. 잠시후 선등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니 "확보완료"라는 외침을 내려보낸다. 첫발은 다행히 바위 사이로 삐져 나온 나무 줄기를 밟고 올랐지만 미끈한 암벽에서 도무지 크랙(바위 틈)을 찾기 힘들다.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조안 리씨의 손끝이 가볍게 떨린다. 잠시 머무르는가 싶더니 왼손으로 바위의 굴곡을 더듬고 오른손은 자일(로프)이 물린 주마를 힘껏 당기며 옮겨간다. 아슬아슬하게 한발한발 내딛으며 한참을 올랐을 때 주변의 바위가 유독 기름을 칠한 듯 미끄럽다. 오른쪽 발끝을 올려 딛는 순간 기우뚱하며 순식간에 두 발이 허공을 저었다. 아이쿠. 덜컥.

안전띠에 자일이 걸렸다. 등줄기로 번개처럼 소름이 지나가고 현기증이 인다. 고개를 돌리면 아찔한 낭떠러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도 없다. 먼저 올라간 사람이 끌어주고 밑에 있는 사람도 잡아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은 영락없이 인생길의 축소판이다.

내려올 때도 번지점프 만큼 짜릿

"이 기분 때문에 등반해요. 바위만을 바라보며 집중하는동안 세상일에서 까마득하게 해방되고 이렇게 올라왔을땐 개선장군이 된 것 같아요." 천신만고 끝에 바위 정상에 오른 조안 리씨는 뿌듯한 성취감에 벅차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4시께 하산길. 조안 리씨는 쌓인 갈증이 단번에 해소된 듯 미소가 가득했다. "빨리 실력을 키워서 한국 암벽등반의 메카인 도봉산 선인봉에 오르고 싶어요. 땀과 고통 속에 정상에 서는 기분은 직접 오르지 않고는 알 수 없어요." 조안 리씨는 저녁7시 홍콩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둘러 인천공항으로 떠났다. 도봉산의 정기를 흠뻑 받은 그가 홍콩에서 열린 세계 대학생 평화사절단대회 준비회의에서 당당한 용모와 세련된 매너로 조직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는게 눈에 선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도심속 인공암벽… 남녀노소 쉽게 즐겨

산악 암벽등반에 도전하기에 앞서 일단 실력을 키우려면 가까운 '인공암장'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스포츠클라이밍'으로 불리는 인공암벽타기는 자연 암벽을 도전하기 위한 전초단계 또는 전문 산악인의 겨울철 훈련용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하나의 레포츠로 자리잡았다.

건물 내부와 외벽 또는 별도 구조물에 인공암벽을 만들어 놓고 맨손으로 홀더(손으로 잡는 돌출물)와 스탠스(발로 딛는 돌출물)를 이용해 정상에 오르는 방식이다.

인공 홀드를 뗐다 붙였다 하며 루트의 난이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도 안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다. 실내 암벽등반의 경우 높이가 3∼4m이며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높이 15m, 폭 14m의 경기용 인공암벽과 높이 3m, 폭 12m 규모의 연습용 인공암벽이 있다.

대한산악연맹 이의재 사무국장은 "하루 1시간씩 보름 정도 하면 기본기를 어느 정도 익힐 수 있고 3개월 정도 지나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가는 오버행을 흉내낼 수 있다"며 "온몸의 근육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추천한다. 천장에 붙어 긴 머리카락을 바닥으로 늘어뜨린 여성 마니아들의 멋진 모습도 자주 눈에 띌 만큼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서울시내에만 30여군데의 인공암장이 있으며 한달 이용료는 5∼10만원선. 대한산악연맹 02―414―2750, 매드진(무교동) 776―8968, 아트클라이밍(종로5가) 765―0764, 클라이밍아카데미(수유리) 990―5014, 응봉상 암벽공원 2290―7323

/박석원기자

보기에 아찔한 암벽등반은 얼마나 위험할까. 많은 산악인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이 암벽등반 보다 훨씬 더 높다"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한국등산학교 최철호 사무국장은 "한 해 동안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명이 넘지만 50만명이 넘는 산악인 중에서 난코스에 도전하는 프로 등반가를 제외하면 큰 사고가 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즉 산에서 암벽등반을 하는 것 보다 차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

특히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선등(先登)은 경험이 축적된 전문가가 나서기 때문에 밑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은 배운대로만 하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다.

체계적인 입문을 위해서는 각지에 있는 40여개의 등산학교를 수강하면 된다. 한국등산학교 도봉산 교육장의 경우 직장인들을 위해 토요일 오후∼일요일 오후 산장에 기거하며 6주 코스로 운영된다. 내달 19일 개강하며 수강료는 25만원. www.alpineschool.or.kr. 02―557―3785

/박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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