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20일 새벽은 공포와 혼돈으로 열렸다. 극도의 긴장 속에 잠 못 이루던 바그다드 시민들은 적막을 깨는 '에∼엥, 에∼엥'하는 공습 사이렌 소리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절박감에 빠져 들었다. 20일 새벽 5시34분(한국시간 오전 11시34분) 미국의 첫 공습이 시작됐고 미명의 바그다드 하늘은 대공포의 굉음과 작렬하는 불꽃으로 뒤덮였다.공습에 나선 미군 전폭기나 미사일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 외곽에서 수 차례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고 도시 남쪽에서 엄청난 화염이 치솟았다. 미 전폭기를 향한 바그다드 수비대의 대공포 발사는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한 차례 공습이 끝난 후 바그다드는 침묵에 싸였고 아침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런 정적도 잠시, 6시 정각과 36분께 바그다드 남동부에 2, 3차 공습이 이어지면서 대공포와 폭격이 어우러진 굉음이 다시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갔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더욱 위협적이었고 공포감을 부추겼다.
날이 밝자 바그다드 중심부는 인적이 거의 끊어진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그러나 고속도로로 나가는 시 외곽은 시를 빠져나가려는 피란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라크 위성 TV는 미국의 공습 직후 "그들(미군)을 기다리는 것은 지옥이다. 그들에게 그들의 비틀거리는 행운을 시험토록 하자. 미군은 그들을 기다리는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고 항전을 독려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오전 8시35분 알 샤바브 TV를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미항전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군복에 검은 베레모를 착용한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이 평화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고 비겁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비난하며 "이라크 국민은 침략자에 맞서 저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연설은 10분간 진행됐으며 생중계인지, 녹화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라크 TV 방송들은 하루 종일 후세인의 사진과 이라크 국가를 내보내며 항전을 독려했다.
한편 이라크의 8개 반정부 단체들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미국 및 터키 관리들과 회담을 가진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전후 이라크에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영토 보전과 국가의 통일성 유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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