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전한 이라크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국내 증시가 폭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벌써부터 미국의 조기 승전에 '판돈'을 거는 양상이다.국내 금융시장
일찌감치 상승세로 출발한 국내 증시는 이날 공습 개시 후부터 치솟기 시작해 무려 26포인트 이상이 폭등, 아시아 최고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 보다 26.68포인트(4.92%) 폭등한 568.46으로, 코스닥지수도 2.37포인트(6.44%) 폭등한 39.14로 마감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 상승율은 지난해 2월14일(7.64%) 이래 1년 1개월여만에 최고치이다.
반면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큰 폭의 오름세로 출발했으나 개전 직후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폭락, 전날보다 10.80원 떨어진 1,24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들이 주식 순매수에 나서면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중인 달러를 대거 내다판 것도 환율 하락세를 부추겼다. 채권시장에서는 3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4.82%로 거래를 마쳤다.
한편 이날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5년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는 미 재무부채권(TB) 기준으로 1.60%로 떨어져 전날에 비해 0.12%포인트, 올들어 최고치인 12일에 비하면 0.35포인트가 낮아졌다.
세계증시, '안도랠리'속 불안감 반영
아시아 태평양 지역 증시도 이날 오전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개전성명에 이어 이라크공습이 시작되자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날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지수가 0.87% 속등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0.25%가 오히려 떨어져 시장 방향성이 다소 엇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수출업종이 주가 상승을 주도하며 전날 보다 1.79% 속등한 8,195대를 기록했다. IT주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는 대만 가권지수 역시 전날 보다 1.86% 속등한 4,599대까지 올랐다.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낮은 0.39% 내외의 상승세에 그쳤다.
아시아시장에 이어 전쟁 개시 10시간여 만에 개장된 유럽 증시는 오전장 내내 전쟁 장기화 우려감이 다소 확산하면서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영국 FTSE100 지수가 0.18%, 프랑스 CAC40 지수가 0.31% 상승하는데 그쳤다. 독일 DAX지수는 0.51% 올랐다.
달러는 등락세, 금·채권은 속락
전쟁 개시 전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달러는 이날 낮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부시 미 대통령의 연설이 나오면서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금과 채권값은 속락해 증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조기승전' 기대감을 나타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전쟁 상황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다소 불안정하게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엔화나 유로화의 경우 달러에 비해 당분간 강세로 갈 가능성이 있지만 엔화는 일본의 시장개입으로 강세 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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