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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경제 후폭풍" 엇갈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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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戰 "경제 후폭풍" 엇갈린 전망

입력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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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부와 민간경제계는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느라 분주하다.현재로선 이라크전쟁이 1개월 내의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경우 세계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 요인이 제거돼 유가가 안정되고 수출시장도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반면 미국이 신속한 승리를 이끈다고 해도 전쟁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단기전 끝나도 북핵 문제가 변수

정부는 이라크전쟁이 4∼6주 안에 종료될 경우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고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5%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위험으로 50% 가량 급등한 유가가 원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무역수지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도 "이라크전쟁이 3월 중 터지고 40일 안에 마무리된다면 올해 5%대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이라크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 해도 북핵 위기가 부각되면서 우리나라의 국가 위험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9일 '금융시장 동요와 안정화 방안' 보고서에서 "대외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실물경제가 빠르게 위축되고 한반도 긴장 고조와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1997년 상황보다 더 나쁘다"며 "이라크 사태 종결 후 우리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라크전쟁 이후 북핵 문제가 집중 부각되고 주한미군 철수가 공론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내외 정세불안과 금융시장 동요가 위기 촉발의 단초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LG경제연구소는 "이라크전쟁이 단기에 마무리돼도 원유 수급구조상 걸프전 당시와 같은 국제유가의 급락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동지역의 유정(油井)이 대거 파괴될 경우 유가가 30달러 선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보장도 없다. 메릴린치는 최근 "이라크전이 단기간에 끝난다고 해도 이미 허약해진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 전후 이라크 복구비용으로 미국의 재정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화땐 불황, 정부 추경편성 검토

전쟁이 예상과 달리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 당 4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3% 미만에 그치고 경상수지도 15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전쟁이 장기화해 내수 침체가 심각해질 경우 한은 차입금과 재정증권 발행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한편, 적자재정을 감수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고려하고 있다. 또 강도 높은 수출지원 및 설비투자 촉진책과 함께 세제혜택을 통한 증시 수요기반 확대 등 금융시장 안정대책도 강구 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 연구원은 "해외에서 한국 투자설명회를 정례화해 우리 경제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SK사태로 인한 금융기관들의 과잉반응을 제어하고 단기간의 환율 급등락으로 기업 불안감이 증폭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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