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뉴미디어 시장에 진출하면서 프로그램 공급사(PP)의 반발을 사고 있다.지난해 말 현재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드라마, 스포츠, 게임 등 인기 장르의 채널 9개를 확보한 상태. 올 들어서도 1월 MBC가 영화채널 'MBC 무비스'를 신설했고, KBS가 7월 영화 및 오락 채널인 'KBS 패밀리'를 출범할 예정이다. SBS도 영화채널 'SBS 무비스' 신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강한 브랜드력과 콘텐츠를 보유한 지상파 방송사 계열의 PP는 이미 케이블방송 시장의 시청률을 급속하게 잠식한 상태다. 지난주 케이블 시청률 순위조사 결과(TNS 미디어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MBC 드라마넷' 'SBS 드라마 플러스' 'SKY KBS DRAMA' 'SBS 스포츠채널' 등 4개 지상파 계열 PP가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방송 3사의 드라마 채널은 전날 방송된 지상파 드라마를 다음날 오전 시간대에 바로 편성하고, 오후와 저녁 시간대에 각각 재방 및 삼방으로 운용,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재 지역케이블방송(SO)은 평균 70개 내외의 채널을 송출하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가입자 700만명 중 620만명은 채널이 30∼40개에 불과한 보급형(또는 국민형)을 이용하고 있어 의무송신 채널 10여개와 지상파 계열 PP 채널 10여개를 제외하면 전문 PP가 발 붙일 곳이 없는 형편이다.
특히 상업적 성격이 강한 영화채널에까지 지상파 3사의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OCN, 홈CGV 등 대형 영화 PP를 제외한 군소 영화 PP는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MBC 무비스'가 110여 지역 케이블방송 대부분과 채널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으로 10여개 군소 PP는 채널 재계약에 실패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좁은 뉴미디어 부문에 지상파 방송이 진출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P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방송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 구조가 뉴미디어 부문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돈 되는 사업이면 어디든지 뛰어드는 문어발식 경영의 대표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지상파 방송사가 PP를 신설할 때 진입 장벽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2001년 1월 PP 승인제가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일정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PP를 설립할 수 있다.
황근 선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 방송의 경우, 영화, 오락 등이 아니라 공공 채널 서비스 분야에만 진출해야 한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상파 방송의 PP 신설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