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LG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윤수(사진) 상무가 지난해 11월 예측한 올 상반기 종합주가지수 저점이다. 그의 전망 대로 515를 찍고 반등하면서 시장은 또다시 '족집게' 같은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낙관론을 펴던 지난해 하반기, 그의 예측 대로 증시가 10월 580까지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시장을 비교적 정확히 분석하면서 증권가에서는 바닥을 예측하는 '박윤수 라인(Line)'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우리 경제와 증시는 당분간 외국 자본의 유입 감소와 기업 실적 저조라는 이중고를 겪을 겁니다." 박 상무는 19일 발표한 '버블 이후 패러다임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간헐적인 단기 반등세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한국 증시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면서 "환율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회복될 때 추세적 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상무는 투자자들에게 경제 구조 변화의 '큰 그림'을 보기를 권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경쟁적으로 늘린 설비투자가 유휴설비로 변해 기업의 제품 가격 결정력을 약화시키는 상황에서 낮은 임금으로 무장한 중국의 저가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는 빚에 시달리고 있어 선뜻 소비를 늘릴 엄두를 못 내고 인구는 점차 노령화해 장기 수요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변화는 미국이 1990년대 초점을 맞췄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제는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달러 약세 기조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박 상무는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투자자들이 공급 과잉 상태인 최종 상품보다는 천연자원이나 원자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선호하지만 한국의 산업구조에서는 이런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자연히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은 감소해 자본 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은 수출환경을 어렵게 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서 최종재 중심 생산국인 우리 경제는 원화 절하를 통해 적응해나갈 수밖에 없다. 98년에도 급속한 원화가치 하락이 경제를 회복시켰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박 상무는 "환율 상승은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에게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고 투자 매력도를 회복시켜 외국 자본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을 것" 이라며 "원하 절하로 수입물가가 급등할 위험이 있지만 이는 장기 회복을 위한 고통으로 감내해야 하며 급격한 원화절하가 국가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주가 바닥 논쟁에 대해 박 상무는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섣불리 바닥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국가 위험이 증폭되자 외국인들이 비중 축소와 함께 현금확보에 나선 만큼 주식 매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이익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증시의 저평가 주장도 현실성이 없다"며 "섣불리 바닥을 예단하고 뛰어들기 보다는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