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총리의 말은 건축 분야의 유명한 격언으로 남아있다. 2차 대전 직후 국가 복구사업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건축은 국민의 미래생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므로 신중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요즘처럼 다양한 건물들이 지어지고, 첨단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주택들이 공급되고, 신도시가 정신없이 빠르게 계획되는 시점에서 이 격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국토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개발하고 어디를 보존할 것인지 정하는 국토개발과 도시계획은 국민의 '인품'을 디자인하고, 미래시민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다. 국민의 집단성향에 영향을 주고 국가의 미래사회 모습과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어서, 인공 환경이 그 곳에 사는 사람의 성격과 인생관을 형성하는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위대한 지도자들은 건설을 통해 업적을 후세에 남기려 했다. 자신의 집권시기에 결실을 보기위해 무리하게 강행하기도 했고, 어떤 지도자는 집권 이전에 만들어진 계획을 발전시켜 좋은 결실을 이루기도 했다. 가령 현재 프랑스 파리 인근 신도시들은 여러 대통령을 거치며 30여년에 걸쳐 계획이 수정되어 미테랑 집권 때 본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사회에서 건설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형태가 멋있는지 보다 사람들의 정서에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물질위주의 산업사회를 거쳐 정신적인 복지를 추구하는 탈근대사회로 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적인 건설보다는 창의적 사고와 개성, 그리고 스스로 행복한 마음으로 미래를 끌고 나갈 사람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차분히 고려해야 할 때이다.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건강한 복지국가 시민이 되도록 감성을 움직이는 도시환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루 아침에 도시의 모습이 탈바꿈하는 곳에서는 사람들의 정서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몇 백년 후에도 허물지 않고 정신적 고향으로 남을 수 있는 계획만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처칠은 가시적인 유명 건축물은 만들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 후 복구가 급한 상황에서도 '건축은 사람을 만드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본질을 일깨우는 정신적 교훈을 남겼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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