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그룹은 칼자루, 관료그룹은 법률."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임명을 끝으로 경제부처 장·차관 라인업이 마무리됐다.
재벌·금융 개혁을 주창해온 학자그룹은 소위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금감위에 포진, 개혁의 '칼'을 휘두르게 됐고, 안정지향적인 관료그룹은 법률과 예산권을 쥐게 됐다.
"개혁법안 제정이 힘든 여소야대에서 개혁의 70%는 금융감독과 기업조사에서 이뤄진다"던 개혁그룹의 뜻이 어느정도 관철된 셈이다. 개혁속도를 둘러싼 양그룹간 경쟁과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언뜻보면 DJ정부 초기 경제라인과 비슷한 구도. 당시 중경회 핵심이었던 김태동(현 금통위원) 정책기획수석과 윤원배(현 숙명여대 교수) 금감위 부위원장 자리에 각각 이정우(경북대 교수) 정책실장과 이동걸 부위원장이 임명된 셈. 그러나 개혁그룹의 파워는 훨씬 강화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숫자도 많아졌고, 개개인의 맨파워도 강화했다는 평가다. 공정위원장에 경실련 집행위원장 출신의 강철규 전 부패방지위원장이, 부위원장에 2001년 재벌개혁 완화에 반대하며 재경부와 대립했던 조학국 전 사무처장이 임명됐다. 금감위원장에 이정재 전 재경부 차관이 임명됐지만, 이동걸 부위원장에 힘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청와대 정책실에서는 정태인 전 인수위원과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동북아태스크포스팀(팀장 1급)을 맡게될 것으로 알려졌고, 정책관리비서관(1급)에는 대선때 교수자문단 간사였던 조재희 전 고려대 교수가 내정됐다.
특히 교수출신인 '김태동-윤원배' 라인이 현실정책 경험이 없어 실무에서 배재됐던 반면, 이동걸·임원혁씨는 관변 연구기관에서 정책스터디를 꾸준히 해왔으며, 이정우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울 뿐 아니라, 관료들로부터도 '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과 법률 제·개정, 예산집행 등을 장악하게 된 관료그룹과 개혁 그룹간의 개혁속도와 경제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경부가 청와대 동북아태스크포스팀장에 인수위 시절 김진표 부총리를 정면 공격했던 정태인씨가 내정된 데 대해 청와대에 우려입장을 전달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재경부는 또 임원혁씨에 대해서는 부총리 자문관 자리를 제의했으나 임씨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진표 경제부총리 체제가 들어서면서, 관료들의 '완승'으로 끝날 것으로 전망됐던 양측간 역학관계도 김 부총리가 최근 잇단 구설수에 오르면서,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할지 아직 미지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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