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게 쇼 비즈니스다. 이익에 부합한다면 ‘웬수’도 친구가되고, 아니면 친구도 외면하는 게 이 업계의 생리다. 영화나 드라마라는게 일면식도 없는 배우들끼리 만나 곧 사랑에 빠지고, 뽀뽀하고, 헤어지면못살겠다는 식의 연기를 해야 하니 배우들의 감성이 순간순간 변하는 것은어찌 보면 직업 논리에 충실한 것이다.그런데 직업은 본연의 인간성까지 바꾸는 모양이다. ‘변신’이 미덕인 영화업계 생리는 사람들 인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 감독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 감독이 데뷔시킨 여배우 안부를 물었다. “통 연락이 없다”는 것이다. 그 배우는 이 감독 때문에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여배우란 고양이 같아서 필요할 때면 온갖 아양을 부리지만 끝나면 안면 바꾼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감독과 마주치면 “언제라도 불러 달라”고 쓸데없는 친밀감을 표현하고,막상 캐스팅 순간이 되면 모른 척 하는 건 예의 차원의 립서비스라고 덮어두자. 그러나 자신을 키워준 감독과 친구를 배반하는 것을 ‘기본 안주’보다 더 기본으로 생각하는 개인은 물론 사회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일이다.
영화 ‘챔피언’의 광고 초상권과 관련한 분쟁이 일면서 각각 소송을 제기했던 감독 곽경택과 배우 유오성이 12일 그간의 송사를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친구’의 속편으로 ‘원수된 친구’를 찍기로 작심한 듯, 서로에 대한 폭로와 공방을 펼친 두 사람이 이제라도 ‘우리 다시 친구하자’는 사이가 됐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두 사람이 가슴 깊이 꽁꽁 숨겨 둔 속마음을 읽을 수는 없으나 두 사람의소송 취하는 ‘보고 싶다, 친구야’까지는 아니더라도 ‘잊고 싶다, 친구야’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유오성은 곧 멜로 영화 ‘별’의 주인공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서야 한다.
가슴 찡한 눈물 영화의 주인공이 현실에서 송사의 원고 겸 피고가 된다는사실은 영화에 도움이 될 리 없다. 곽경택 감독은 ‘똥개’를 준비 중이다.
역시 새 영화를 진행하면서 송사에 얽매인 상황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두 사람이 소송을 없던 일로 돌린 것은 서로의 필요에 의한 것이지어느 한 쪽이 먼저 화해의 손짓을 한 결과가 아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물 건너 갔고, 또 다시 “연예인 송사는끝까지 가는 법이 없다”는 업계의 진실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 연예계에서 진실이란 너무 멀리 있다. “야, 너 두고 보자”를 연예계 버전으로 옮기면 이렇게 되겠다. "헤헷, 없던 일로 하장께."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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