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에서 미용재료상을 운영하는 젊은 사장 배상현(28·사진)씨는 지금 한국에 없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최후통첩 마감시한을 하루 앞둔 19일 배씨는 이라크의 북바그다드 발전소에서 "미군의 폭격을 중지시키겠다"며 인간방패가 됐다. "피와 죽음으로 점철된 전쟁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신념으로 온몸을 내던진 것이다.19일 현재 이라크에 남은 한국인은 4명.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소속 반전운동가 한상진(38)씨와 유은하(29·여)씨, 사진작가 조성수(35)씨와 배씨만이 전쟁이 나면 초토화할 이라크를 탈출하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배씨는 폭격대상 1순위로 꼽히는 발전소에 배치돼 죽음의 고비에 서 있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관계자는 "배씨가 '식량 저장고, 주요 발전시설 등 미군이 파괴하면 이라크 국민이 살아갈 수 없는 필수 생존시설을 지키겠다'며 자원했다"고 전했다.
창원의 한 방위 산업체에서 4년을 근무한 뒤 결혼도 하지 않고 형, 할머니와 함께 평범한 자영업자로 살던 배씨는 1999년부터 마산의 반전평화 시민단체인 '열린희망시민연대'에 회원으로 참여해 왔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배씨가 열린희망시민연대에서 모집한 이라크 반전인간방패팀에 지원해 지난 6일 한국을 떠났다. 그는 지원 이유를 묻는 인터뷰에서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 추모 촛불 시위에 생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던 게 너무 후회됐다"며 "2개월 동안 가게는 친구에게 맡기고 그 시간만이라도 세상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르단 암만에 머무르던 배씨가 주변에서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만류에도 이라크로 들어간 것은 13일. 열린희망시민연대 김영만 대표는 "인간방패가 수 천명에 이를 줄 알았는데 정작 전쟁이 코앞에 다가오자 고작 100여명밖에 남지 않아 더 걱정"이라며 "연락조차 되지 않는 배씨가 무사해야 할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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