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 추상'이라 불리는 독자적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세계를 일군 고 이남규(1931∼1993) 화백의 유작전이 사후 10년 만에 열리고 있다. 가나아트센터(02―720―1020)에서 14일 개막돼 4월6일까지 열리는 이 화백의 10주기전은 1950년대 후반부터 타계 직전까지의 대표작 60여 점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대규모 유작전이다."그림은 내 영혼의 얼굴, 생명 그 자체의 노출"이라고 했던 고인의 예술관은 문기(文氣) 짙은 회화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유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화면과 부드러운 색감, 공주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이력에서 알 수 있는 문학성과 조형성의 결합이 그렇다. 또 작품마다 우리 자연에서 출발한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이 화백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1972년부터 4년간 서울 약현성당에 국내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고, 명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하는 등 40여 곳 성당의 유리화를 설치한 종교미술의 독보적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서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고 장욱진 화백으로부터 서양화를 배워 부자지간 정도의 사이가 됐고 동향에 동창인 조각가 최종태 교수 등과도 절친했지만 공주사대 교수로 재직하며 화단의 주류에서 떨어져 지방에서 활동한 데다 사망 전 10여년 간이나 투병 생활을 한 탓이다.
미망인인 요리연구가 조후종(68)씨는 그런 안타까움에서 사후 10년 만에 유작전을 직접 준비하고 화집을 냈다. 조씨는 "그 사람이 떠나고 한시도 편안하게 지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어떤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덜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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