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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무용수라지만 배울게 많아요"/"예종" 새내기 된 백향주·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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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무용수라지만 배울게 많아요"/"예종" 새내기 된 백향주·김주원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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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를 맞아 예술 영재들의 요람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에서는 낯익은 두 얼굴을 만날 수 있다.전설적 무용가인 최승희의 춤을 재현해 관심을 끈 재일교포 백향주(28)씨와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김주원(25)씨가 각각 전통예술원 대학원과 무용원 실기과(학사 과정) 새내기가 된 것.

최승희의 수제자인 북한 무용가 김해춘을 사사, 일본 중국에서 100여 차례의 공연을 가진 백씨와 모스크바 볼쇼이 발레학교를 졸업한 6년차 프로 무용수로 한창 물이 오른 김씨는 한국 전통무용과 발레에서 누구 못지 않은 경력을 자랑하지만 학생으로 출발선에 다시 섰다.

"독창적인 춤을 추려면 그 뿌리인 정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죠"(백) "갈수록 텅 빈 느낌이 들어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김)

발레리나로서 가장 왕성한 시기에 학업을 병행하는 김씨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당찬 무용수라면, 백씨는 한국에서 '동양정신'을 배우기 위해 2001년 '조선적'을 포기하고 서울 유학을 선택한 집념의 춤꾼이다.

아홉 살 때부터 북한 만수대 예술단 등에서 춤을 배운 후 중국 중앙민족대학 무용학과를 나온 백씨는 전통무용 이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백씨는 "사회주의에서 무용은 테크닉이 발달했지만 무용관련 자료가 거의 없고 일본에도 무용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없다"며 "처음 대하는 이론 과목이 낯설지만 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 춤을 완성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화예중 3학년 때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난 김씨도 발레 외의 무용을 대하고 이론을 배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씨는 "무용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던 만큼 이론 과목을 듣고 한국무용 등을 부전공으로 택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활동분야는 다르지만 서로의 공연에 대한 관심과 안목도 높다. 백씨는 지난해 김씨의 '지젤' 도쿄 공연을 보았고, 김씨는 1999년 백씨가 국립무용단원으로서 공연한 '한국, 천년의 춤-백제춤, 그 새벽의 땅'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향주 언니의 춤에서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어요"(김) "발레는 몸의 움직임이 무척 과학적인 춤이라 배울 게 많죠"(백)

김씨는 4월 '해설이 있는 발레'와 '지젤' 지방 공연에 이어 6월부터 예정된 '백조의 호수' 해외 공연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고 힘들지만 오히려 수업준비에 힘이 난다며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대여섯살 아래 학생들에게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는 등 점차 학교생활에도 익숙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씨는 한국 무용교육에 대해서 "독창성보다는 과거의 이름과 전통을 그대로 따르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무용교육에서 스승이 나무이면 제자는 가지인데, 가지만 늘리다 보면 나무가 쓰러져요. 독자적으로 뿌리를 박고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게 진정한 무용 아닌가요?"

40살까지는 최승희의 춤이 아닌 백향주의 춤을 만들어 보겠다는 백씨, 1분 1초를 아껴 세계적 발레리나로 발돋움하겠다는 김씨의 변신은 우리 무용의 업그레이드를 예고하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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