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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징용 유가족 상대 "보상금 사기"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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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징용 유가족 상대 "보상금 사기" 기승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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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일제에 의해 징용당했던 전모(56·여·서울 서대문구)씨는 지난달 중순 징용피해자 가족을 대신해 보상금을 받아준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 관악구에 있는 I연구소를 찾았다. 호적등본 등 관련서류와 수속대행비 28만원을 냈으나 연구소측이 서류접수 마감날짜를 계속 연기하는 등 행적이 수상쩍어 며칠 뒤 찾아가 실랑이 끝에 돈을 돌려 받았다. 전씨는 "이 연구소에 경비를 낸 가입자가 수십명에 달한다"며 "그러나 연구소측은 현재까지도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집단 소송해 거액 받아주겠다"

일제 강점기 때 강제징용과 징병을 당한 피해자 가족을 상대로 수억원의 피해보상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경비조로 돈을 받아 챙기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단체들은 심지어 강제징용 피해를 당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서류만 제출하면 집단소송을 통해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현혹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사단법인으로 지난해 12월 설립된 I연구소는 수도권과 전라도 지역을 중심으로 다단계 판매조직까지 동원, 일제징용 피해보상금을 받아준다는 소문을 퍼뜨린 뒤 찾아온 피해자 가족들에게 소송비용 명목으로 14만∼30만원씩의 가입비를 받고 있다. 이들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국내에서 일본 정부로부터 징용확인서를 받아 올 수 있는 단체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일본 정부나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미국 캘리포니아 고등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해 5억∼10억원정도의 보상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이고 있다.

또 S협회 비서실장인 박모(62)씨는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를 봉환하는 사업을 한다며 투자설명회까지 개최한 뒤 거액을 가로챘다 경찰에 구속되는 등 일제 강제 징용·징병 희생자 유가족들을 상대로 한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족 단체, "정부가 나서라"

이에 대해 일본강제징용자 진상규명특별법추진위원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청구권협상으로 사안이 종결됐다는 이유로 120만명에 달하는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진상조사 및 보상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최근 강제연행피해자 40만명의 명단이 발표되는 등 민간차원에서 진상조사가 급진전되자 이를 이용한 사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 상임이사는 "정부가 진상조사와 피해자 보상지원에 나서야 어처구니없는 사기행각을 막을 수 있다"며 "거액의 피해보상금을 받게 해준다는 연락이 오더라도 현혹되지 말고 경찰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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