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의료진 및 정부에 비상 경계령을 내고 연일 괴질 발생에 대한 WHO의 우려를 보고하고 있다. 아직 환자 발생지역에 대한 여행 및 교역 제한 조치가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WHO가 이처럼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세브란스병원 내과 김준명 교수는 "일정한 주기를 타고 유행하는 인플루엔자가 나타날 시기가 이미 지나 전전긍긍해 온 의료계는 혹시 이번 괴질이 유행성 독감의 돌연변이 형태는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라크 전운이 고조되면서 생물학 테러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괴질의 발병 원인과 경로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환자의 증세는 독감이나 폐렴과 흡사하다. 38도 이상의 갑작스런 고열, 두통, 근육통, 인후통 등 독감증세를 보이다,
일부 환자들은 폐렴으로 발전, 호흡곤란을 겪다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다는 것.
의학자들은 이 괴질을 처음엔 폐렴과 비슷한 증세를 나타내면서, 임상 양상이나 균의 종류는 달라 '비정형 폐렴'(Atypical pneumonia)이라고 불렀다. 폐렴 구균에 의해 발생하는 일반 폐렴과 달리 X레이나 균검사에서 다른 반응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학계에 보고된 비정형폐렴의 대표적인 원인균은 '마이코 플라스마', '클라미디아', '레지오넬라' 등이 있다. 최초의 진원지라 알려진 중국 광둥성에서 사망한 5명 가운데 2명은 클라미디아 양성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나머지 환자에서는 비정형 폐렴의 원인균조차 발견되지 않았고, 원래 이 같은 원인균들은 집단발생을 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WHO는 이 괴질을 최근 SARS(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즉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으로 공식 명명했다. 증후군이란 말 그대로 아직 정체가 확실치 않은 질병이라는 뜻.
SARS는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처음엔 공기를 통해, 즉 '호흡기'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으나, 괴질환자를 치료했던 싱가포르 의사가 감염됐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지면서 '접촉' 감염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 놓은 상태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우준희교수는 "접촉감염이란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은 물론 주위 가족들도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 하고, 환자는 격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미 홍콩 지역 주민들은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원인과 감염 경로를 모르는 상태에서 유일한 예방법은 청결한 개인위생 유지 뿐이다.
서울대병원 내과 오명돈 교수는 "단순폐렴 환자들까지 필요이상의 염려를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면서 "최근 중국 홍콩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적이 있으면서, 고열, 근육통, 호흡기 증세를 보이는 경우 의심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송영주편집위원 yjsong@hk.co.kr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퍼지고 있는 급성호흡기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이 지역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전문의들은 "가능한 한 질병지역에 노출될 기회를 갖지 않고, 불가피하게 여행을 할 경우 일반적인 감염을 예방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질환으로 알려지고 있어, 감기나 폐렴을 예방하는 것과 같은 수칙이 도움이 된다. 즉 환자의 침이나 가래, 이러한 것이 묻은 손이나 손잡이, 수건 등을 통해 옮을 수 있으므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피하고 손을 자주 씻으며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한다.
호흡기질환으로만 단정지을 수 없으므로, 음식과 물도 주의해야 한다. 해외여행때 가장 흔한 여행자설사 예방법과 마찬가지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곳에서 음식을 날로 먹는 것을 피하고, 물은 끓여먹도록 한다.
호흡기질환 증세가 있는 경우 항공여행은 특히 좋지 않다. 기내의 습도는 10∼12%로 낮아 특히 천식환자나 가래가 많은 환자에게 고통을 준다. 탄산음료나 물 등 적당한 수분공급이 필요하다. 단 사과주스는 장내 가스를 만들어 복부팽만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호흡기 질환자는 기내에서 과식, 음주, 신경안정제 복용, 흡연을 금해야 한다.
국립보건원은 2월 이후 중국 베트남 홍콩 등지를 다녀온 후 급성 호흡기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은 즉시 전문의의 치료를 받고, 증상이 회복되기 전에는 더 이상의 여행은 삼가도록 권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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