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의 중심 뉴욕에서는 지금 한 젊은 예술가의 미술관 회고전이 화제다. 뉴욕 굴지의 현대 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2월 중순 개막한 매튜 바니(Matthew Barney) 회고전은 아직 30대 중반의 나이 밖에 되지 않은 젊은 미술가의 대규모 회고전이란 점에서 전시 준비 과정부터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매튜 바니는 90년대 초 20대 중반의 나이에 뉴욕 최고의 화랑에 발탁되면서부터 시선을 모았지만, 사실 지금의 시점에서 모든 이의 경외 섞인 관심을 끄는 것은 무엇보다 작가와 전속 화랑이 지난 10여년 간 보여준 신념 가득한 행보가 이번 회고전을 통해 환상적 결실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잠깐 반짝하다가 스러지는 스타는 미술계에도 얼마든지 있다. 매튜 바니의 이번 성공적 회고전은 작가 한 개인의 역량이 제대로 꽃피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문화계의 지원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최고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매튜 바니는 10년간 '크리매스터(Cremaster)'라는 타이틀의 예술영화를 총 5편 제작하고 시리즈를 완결했다. 그의 전속 화랑은 매회 1,000만 달러 가까운 제작비가 소요되는 영화를 제작하기에 앞서 기금 모금 행사를 하고, 한정판 롤 필름과 영화의 파생 산물인 사진 작품을 소장가들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등 작가가 세워놓은 10년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후원가, 소장가 그룹은 믿음을 갖고 전도 유망한 작가와 화랑의 비전에 공감하여 그의 재능이 지속적으로 발휘되도록 작품을 구입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함으로써 동 시대 최고의 작가를 함께 만들어 갔다. 이들은 90년대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매튜 바니의 작품을 미리 소장하게 된 덕분에 결국은 자신들이 금전적으로 투자한 것에 대해 엄청난 보상 효과를 얻은 셈이 되었다.
작가와 화상과 소장가 사이의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지며 시장 파괴라는 암울한 처지에 놓인 한국 미술계의 현실을 생각할 때 문화 후원 시스템에 의한 매튜 바니의 성공 사례는 우리 미술계의 희망 있는 미래를 꿈꾸는 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박경미·pkm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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