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던 국가정보원의 도·감청 의혹은 지금이라도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법무부에 철저수사를 지시한 것은 국민적 의혹의 대상으로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짚은 것으로 여겨진다. 국가 기관이 실제로 도청을 자행한 것이든, 아니면 정당이 허위사실을 무책임하게 폭로한 것이든 이를 확실하게 가려 부당한 권력이나 잘못된 정치 풍토를 바로잡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한나라당의 폭로 내용은 정부의 최고 요인에서부터 일선 기자들에 이르기까지 무차별 도청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으로 국가기관에 대한 극도의 불신과 정보공작의 공포를 불러 사회전체를 흉흉한 분위기에 빠트렸다. 관련 당사자들간 고소고발로 검찰이 수사중인 이 사건은 그동안 소환장을 받고도 출두하지 않는 정치인들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이다. 때마침 국정원의 전·현직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만큼 당사자들은 진솔하게 수사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국정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하면서도 제보자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라지만, 과거 의혹사건을 정리하자는 당위성을 받아들이는 처신을 보였으면 한다. 도청 여부를 두고 국정원과 한나라당이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하는 마당에 제보자의 확인과 규명은 진실을 가리는 열쇠다. 한나라당이 폭로 당시에는 국정원 내부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밖에서 메모를 정리한 것으로 정정하는 등 사건 주변은 여전히 어수선하고 석연치 않다.
이 사건을 명쾌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우리의 정치수준과 국가위신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자괴감을 안겨 줄 것이다. 유야무야할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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