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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全曲연주 "깊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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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全曲연주 "깊은 맛"

입력
2003.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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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악은 10분만 넘어도 길다고 한다. 묵직한 전곡 연주 음반보다 가벼운 소품을 모아놓은 음반이 더 잘 팔리는 세상이다. 조급함과 요약 정리가 일상화한 때문이다. 그러나 여유로운 시절에 만든 국악을 현대에 맞춰 일부만 감상하면 제 맛이 날 리가 없다. 국립국악원과 국립극장에서 모처럼 정악과 판소리 전곡 연주를 들어보자.국립국악원은 '한국음악 그 영원의 소리'(사진 왼쪽)라는 제목으로 20·2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각각 '종묘제례악'과 '가즌회상'의 전곡 연주회를 갖는다.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무형유산걸작'으로 지정된 종묘제례악은 조선시대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의 제사에 쓰이던 제례 음악이다. 6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종묘제례악의 원형은 세종 때 문무백관에게 회례연을 베풀 때 쓰던 음악이었으나, 세조 때부터 오늘날처럼 '정대업 11곡, 보태평 11곡' 형식으로 정착됐다. 이번 연주는 매년 5월초 종묘제례 때 약식으로 연주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제례순서에 따라 영신부터 망료까지 종묘제례악의 전 바탕을 연주한다. 연주시간은 정대업과 보태평을 합쳐 1시간이 조금 넘는다.

가즌회상은 유명한 영산회상의 별곡(別曲) 형식이다. 별곡이란 주로 영산회상에 '천년만세'라고 불리는 계면가락 도드리, 양청 도드리, 우조가락 도드리를 곁들여 연주하는 방식이다. 천년만세는 각 악기가 하나만 쓰이는 세악(細樂)으로 연주되는데 가즌회상은 영산회상 부분에서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연주시간은 약 75분. 8,000∼1만원. (02)580―3300

'한국음악…'이 궁중을 중심으로 계승된 정악의 최고봉을 연주한다면 국립극장의 완창 판소리는 민속악의 최고봉인 판소리의 전곡 연주 무대다. 국내 최장수 상설공연으로 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완창 판소리는 국립극장의 자존심이다. '천하명창 열 바탕'이라는 거창한 제목답게 국내를 대표하는 30대의 젊은 명창부터 안숙선, 신영희, 최승희 등 중견 명창 10명이 서편제, 동편제, 중고제 등 옛 명인에게 전수 받은 다양한 소리를 선사한다.

3월부터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3시 달오름극장과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완창 판소리의 첫 주자는 29일의 정순임(사진 오른쪽)씨. 고종의 어전 명창이었다는 장판개가 큰 할아버지이고, 국창(國唱)으로 불린 서편제의 명인 박동실이 1950년 월북하기 전의 박동실제 판소리, 유관순· 안중근·이준 열사가 등 창작 판소리를 이어 받은 어머니 장월중선에게서 직접 소리를 배운 국악 명가 출신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박동실제 '심청가'는 100년 가까이 계승돼 온 명가의 소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만원. 전 공연 중 5편을 선택해 5만원에 볼 수 있는 얼쑤티켓도 있다. (02)2274―3507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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