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이적단체로 돼있는 한총련의 법적 지위에 대한 대책을 검토할 것을 법무부에 지시했다.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한총련 문제를 거론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향후 한총련 수배자에 대한 수배해제나 관련법 개정 등 후속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법무부는 내달 중순께 한총련 출신 복역자 등 공안사범(양심수)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검토중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제는 TV에서 한총련 학생들이 건강검진하는 장면이 보도됐다"며 "한총련이 아직도 불법단체냐"고 물었다. 질문하는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해법을 마련하라는 주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진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한총련을 언제까지 불법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힌 뒤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으므로 검찰도 변화를 수용해 진지하게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은 최근 한총련 장기수배자 가족대표에게 "단과대 학생회장 이상이면 자동으로 한총련 대의원이 되는데 그것만으로 수배대상이 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특사 즈음에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도 6일 민가협 관계자 등을 만나 "양심수 사면을 검토중이며 조사에 40일 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1,000∼1,500명의 공안사범에 대한 심사를 거쳐 내달 중순 최종 사면대상자를 선별, 청와대에 보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장기 수배자에 대한 수배해제 등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총련이 법원 판결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이상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한총련의 강령 변화나 국가보안법의 개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노동문제는 공안(公安)이 아닌 경제문제"라면서 "노동·경제정책에 대한 노동자의 불신이 깊으므로 잘못된 것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되 일반적으로는 공권력 행사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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