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전 백제의 마지막 왕이던 의자왕의 딸 주 공주, 그녀를 연모하며 무너진 백제를 재건하려는 아리 장군, 그리고 이들을 추적하는 신라 장군 김유석. 시공을 넘어선 이들 세 사람의 사랑을 그린 SBS 특별기획 '천년지애'(이선미·김기호 극본, 이관희 연출)가 22일 첫 방송된다.주 공주에는 인기 여성그룹 핑클 출신의 성유리(22), 김유석에는 모델 출신의 김남진(27)이 캐스팅됐다. 아리 장군 역은 소지섭이 한다.
올 초 MBC '막상막하'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성유리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김남진은 첫 TV 출연작에서 남자주인공 역을 꿰찼다. 1996년 패션모델로 데뷔한 그는 CF모델로 활동해 오다가 최근 영화 '연애소설'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2회 분 촬영으로 분주한 일산 제작센터 녹화 현장에서 만난 김남진, 성유리는 오누이처럼 다정해 보였다. 두 사람은 이번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다. "제가 낯가림이 심하거든요, 유리씨도 말수가 적어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 지금은 '유리야! 오빠!'하고 부를 정도로 많이 친해졌어요."(김남진)
TV 연기자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두 사람은 밤샘 촬영을 끝내고 아침에 집에 갔다가 오후면 어김없이 촬영장에서 다시 만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야외촬영을 위해 제천 연천 전주 서산 등을 누비고 다녔다. 그래서 "벌써 한달 째 주말도 없이 일에만 매달린다"는 불평이 그치질 않았다. 그래도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연기 호흡을 맞춰 보고, 서로의 연기에 대해 지적해 주는 가까운 동료가 됐다.
"유리씨는 백지(白紙) 같아요. 누가 옆에서 색을 뿌려주면 그것을 그대로 담아내죠. 감독님이 요구하는 걸 금방 잡아내서 표현하는 걸 보면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막상막하'에서 여성 소대장 역을 당차게 연기하는 걸 봤는데 가수였다는 느낌이 안 들더군요."
김남진의 칭찬에 성유리도 나름대로 맞장구를 친다. "남진 오빠는 대본을 읽다가도 감독님께 질문을 많이 해요. 전 궁금해도 두 번 물어볼 걸 한 번만 물어보고 하는데…. 그래서 감독님이 오빠를 좋아해요. 저도 '연애소설'을 봤는데 부끄러움 많이 타는 비디오 가게 청년 역을 잘 소화했어요. 오빠의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천년지애'는 판타지 사극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백제시대 촬영 분은 전체 20부 중 2회 분. 나머지는 절벽에서 떨어진 주 공주가 현재로 건너 와 자신들의 과거를 모른 채 살고 있는 강인철(아리 장군), 후지와라 다쓰지(김유석)와 엮어 나가는 이야기가 축이다.
그러나 짧은 사극 장면을 위해 김남진과 성유리는 한 달 가량 액션스쿨에서 검술을 배우고, 승마장에서 말타기 연습에 매달려야 했다. 김남진이 "난 맘 먹은 대로 액션 연기가 잘 되지 않던데, 유리씨는 댄스 실력이 있어서 그런지 과감하고 빠르게 익히더라"고 말하자, 성유리는 "산 속에서 찍는 신이 유난히 많았는데, 추운 날이면 오빠가 핫팩도 건네주고 많이 도와 줘서 훨씬 수월했다"고 받았다.
"사극 하기에는 호흡이 짧아 많이 고생했어요. TV 드라마 특성상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김남진) "저도 사극 말투가 틀이 안 잡혀서 감독님께 지적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밝고 쾌활한 주 공주를 보여드릴 겁니다. 오빠하고 저, 잘 봐 주실거죠?"(성유리)
사극 연기의 어려움에 맞장구를 치는 두 사람이지만 "이번 드라마를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다"는 데는 한 목소리였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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