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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 15개월만에 모래판 "그랜드슬램"/현대씨름단 김칠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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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봉 15개월만에 모래판 "그랜드슬램"/현대씨름단 김칠규감독

입력
2003.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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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의 장사에서 명장으로.''모래판의 귀공자'로 1990년대초 민속씨름판을 주름잡았던 현대중공업 코끼리씨름단 김칠규(39·사진)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1년3개월만에 민속씨름사상 전인미답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지도자로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김 감독은 올 해 첫 지역대회인 영천장사씨름대회(13∼16일)에서 단체전을 비롯 금강,한라,백두급 타이틀을 싹쓸이한 것. 1995년 지역장사가 신설되며 민속씨름에 4개 타이틀이 내걸린 이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명감독으로 알려진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순간 김 감독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산청 단성중 2학년때 부친의 권유로 씨름에 입문한 후 25년동안 씨름인으로서 살아온 그에게 이처럼 기쁜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94년 친정인 현대팀에서 코치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뒤 8년만인 지난해 1월 현대씨름단 사령탑을 맡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마음같진 않았다. 의욕은 앞섰지만 선수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솔직히 지난해는 첫 해여선지 회사 눈치보랴, 선수들 눈치보랴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김 감독이 지난해 말부터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구단측과 협상, 선수들의 연봉을 일률적으로 올렸고 거액을 주고 자신의 뜻대로 신인들을 스카우트했다. 또 운동할 때는 결코 사정을 봐주지 않지만 사석에서는 호형호제하며 마음을 터놓았다. 그래선지 현대 선수 16명 모두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대기록이 달성됐다.

김 감독은 "제 개인적인 목표 달성보다는 김용대, 이태현이 신기록을 달성하도록 도와주겠다"며 "86년 모래판을 휩쓸던 현대씨름단의 모습을 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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