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 앞에 선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박순성(46·사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표정은 비장했다.노무현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청와대 정문 앞에서 반전평화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서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청와대 정문을 500m 앞둔 효자동 임시검문소에서 경찰의 제지에 부닥쳐야 했다.
"평화시위를 가로막는 것은 소위 참여정부가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거 네요. 대통령이 검사를 비롯한 국민과는 직접 대화를 한다고 공언하면서 합법적인 시위는 왜 막는 거죠?"
박 교수는 결국 청와대 정문에서의 시위를 포기하고 "한반도 전쟁이 안되면 이라크 전쟁도 안됩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꺼내 들고 경찰제지선 밖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가 이번 반전평화 시위에 나선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97년 교수로 임용된 뒤 북한 경제와 사상, 남북한 통일 정책을 가르치며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박 교수는 1년 전부터 참여연대에서 평화 군축운동을 위한 센터 설립을 준비했고 결국 15일 센터를 발족시켰다.
그의 꿈은 한반도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 '평화'라는 가치가 자리잡는 것이다. '전쟁을 당연시 여기는 군사 문화에 뿌리를 둔 모든 폭력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박 교수는 우선 눈 앞에 다가온 이라크 전쟁부터 막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한반도에도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가 한반도 전쟁 위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라크 전쟁에 동조하는 정부의 자세는 분명히 잘못됐습니다. 다음 차례는 북한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1시간의 시위를 마친 뒤 박교수는 저녁에 예정된 김일성 선집, 노동신문 등 '북한 원전 연구' 대학원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히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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