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칼렛 핌퍼넬'에서 블레이크니 부인은 "결혼은 사랑이라는 병을 치유하는 약이다"라고 읊조렸다. 물론 멋진 말이지만 사랑이라는 병도, 결혼이라는 약도 철 따라 심란한 청춘남녀에게는 평생 풀지 못할 오류 투성이의 수수께끼일 뿐이다. 만남과 사랑의 정보에 관한 한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결혼 정보회사 커플 매니저들이 햇살 좋은 봄날 모여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해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미혼 남녀와 그 부모들을 솔깃하게 할 커플 매니저들의 '유익한' 수다를 들어보자. '수다마당'에 참여한 커플 매니저는 듀오의 임영훈(31)씨, 선우의 전선애(33)씨, 닥스클럽의 윤은정(31)씨다./김신영기자 ddalgi@hk.co.kr
남자도 이젠 외모에서 승패결정
전선애 요즘 들어 부쩍 남자의 외모가 결정적인 조건으로 떠오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능력만 좋으면 생긴 건 '킹콩'이라도 인기가 좋았는데 말이죠. 의사, 변호사라도 못생기면 싫다는 분들이 많아요.
임영훈 맞아요. 여자들도 남자의 외모를 따지죠. 다른 게 있다면 여자들은 너무 잘생기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한다는 거에요. 만나고 나서 '오늘 장동건 같이 생긴 사람이 나왔어'라고 하면 반드시 칭찬이 아니에요. '테리우스' 같은 얼굴보다는 인상좋고 세련된 분이 인기가 더 많더라구요.
전 사실 회원가입 기준에 외모도 있어요. 저희 같은 경우 대머리는 가입이 안되죠. 그런데 신입사원이 실수로 받은 한 회원은 직업, 집안 다 좋은데 앞머리가 전혀 없더라고요. 환불해 드릴 수도 없고…. 게다가 전인화씨 같은 스타일만 고집하니 만남은 실패의 연속이었죠.
윤은정 키도 변수죠. 하한선은 168㎝ 정도인데 요즘은 그보다 작아도 키높이 구두를 많이 신으시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는 것 같아요. 키보다도 지나치게 살이 찐 남자에 대한 거부반응이 심해요. 여자분과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다가 몸이 의자에 끼신 분도 있었는데 엄청난 항의를 받았죠.
전 저희는 얼마 전 사진을 공개하기 시작한 후로 일이 두 배로 늘었어요. 여건이 괜찮아도 사진을 보고 나서 거절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마지막 신비감을 위해 외모는 모른 채 나가는 게 좋다고 권해도 모두 사진을 보려고 해요. 사진 촬영과 편집 기술도 점점 늘어 사진에 속는 경우도 많아요.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 건 기본이고 사각턱도 깎아내죠.
윤 남자분들, 옷차림에도 신경써야 해요. 처음 여자를 만나러 나오면서 점퍼에 면바지 차림이라면 곤란하겠죠. 왜 점퍼를 입고 나왔냐고 물어보니까 나름대로 좋은 회사라서 로고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황당하죠. 깔끔한 정장 차림이 가장 무난해요.
전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한 분은 비가 오는 날 바지가 젖는다고 접은 채로 그대로 커피숍에 들어가셨나봐요. 여자분이 다음날 즉각 저에게 항의를 하셨죠. 다른 한 분은 의사셨는데 보라색 실크 와이셔츠에 체인으로 된 은팔찌, 은목걸이를 하셨대요. 역시 항의가 들어왔어요. '날라리' 같은 이미지도 심각한 마이너스 요인이에요.
임 옷은 멀끔하게 차려 입어도 사투리를 심하게 쓰시는 남자분은 별로 인기가 없어요. 여자들은 사투리를 많이 고치려고 하는 편인데 남자 중에는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사투리를 내세우는 분도 계세요. 귀엽게 보는 여자들도 있지만 너무 심하면 싫어하죠.
남자는 '날라리' 여자는 '공주'가 최악
윤 옷차림뿐 아니라 행동에서도 '날라리' 기미가 보이시는 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맘에 들지 않는 여자와도 3차, 4차까지 가는 거에요. 새벽 한두시까지 함께 놀고 잘 들어갔냐고 전화까지 해 놓구선 다음날 모른 척 연락을 안 하는 거죠. 여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배신 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해요.
임 심지어 첫날 노래방 혹은 락카페까지 가는 남자분들 있어요. 자기 스트레스 풀러 나온 것처럼요. 한 분은 여자분 앉혀놓고 혼자 춤추시더래요. 바텐더가 "남자 친구가 참 잘 노시네요"했다면서 황당해 하시데요.
전 남자들의 '날라리끼'만큼 심각한 게 여자들의 '공주병'이에요. 차만 마시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맘에 들지도 않는 여자가 호텔에서 저녁까지 먹자고 하고 집 바로 앞까지 차로 태워 달라고 하면 좋을 리 없죠. 요즘 남자들 차 값 정도는 여자가 내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요. 여자가 별로 마음에 없었는데 차 값을 내는 모습이 예뻐 보여서 다음날 또 만나고 결국 결혼까지 했다는 분도 있어요.
윤 여자의 경제적 능력도 굉장히 중요해졌어요. 예전에 의사들은 여의사를 싫어했거든요. 나긋나긋하지 않고 살림할 시간도 없다구요. 요즘에는 의사들이 여의사를 많이 찾아요. 주위에 맨 의사일 텐데 왜 결혼정보회사로 오셨냐고 하면 '주위에는 예쁜 여의사가 없어요'라고 말해요. 예쁘기도 하고 돈도 잘 벌면 좋다는 뜻인데, 욕심이 지나친거죠.
전 여자들은 남자의 성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날 시간이 너무 적은 직업은 인기가 없죠. 여자가 바쁘면 '능력있고 지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가 너무 바쁘면 '배려가 부족할 것이다'라고 여겨지죠.
윤 아무리 그래도 나이가 드신 분들일수록 '신부수업'하고 있는 전업주부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교사나 공무원 여성이 여전히 인기가 많은 게 비슷한 맥락이겠죠.
'여우 같은 여자' 여전히 '반응 100'
전 부모쪽에서 너무 큰 욕심을 내는 경우도 많아요. 자녀의 수준은 전혀 생각 안 하시고 "우리딸은 키가 작으니까 큰 사람으로 해달라" 혹은 "우리 딸은 공부를 못했으니 사위는 똑똑해야 한다"고 나름의 논리를 내세우시는데 당혹스러울 때가 많아요. 그렇다면 "우리 딸은 똑똑하니 사위는 멍청한 놈으로 해달라"는 분도 있어야하는데….
윤 하루에 전화를 100통 정도 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이 생겨요. 저는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혈액형은 거의 100% 맞춰요. 특별히 인기 없는 혈액형도 있고…. 가장 인기 많은 혈액형은 단연 O형이죠.
임 맞아요. "모 혈액형은 싫다"고 아예 명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리고 처음부터 지나치게 '스킨십'을 하거나, 술집에서 '술 한번 따라보라'고 하는 남자, 얼굴만 보고 바로 돌아서 가버리는 사람 등은 모두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죠. 이런 불만 사항이 세 번 이상 접수되면 강제탈퇴 조치됩니다.
임 한번 이혼하신 분들은 더 적극적이에요.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시죠. 한번 실패했으니 확실히 하고 싶은 거죠. 이벤트 미팅을 하면 미혼 남녀들은 쑥스러워 하면서 사회자 하라는 대로 쭈삣쭈삣 움직이는데 재혼팀은 사회자가 거의 웨이터 신세가 될 만큼 서로에 대해서 적극적이에요.
전 보통 '내숭스럽다' '여우 같다'고 일컬어지는 여자가 남자한테 인기가 많아요. 여자 입장에서는 좀 얄밉지만 어느 정도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약사인 한 여성은 얼굴도 별로 예쁘지 않고 키도 작고 성격도 괄괄해서 인기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나갈 때마다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알고 보니 자신의 원래 성격을 숨기고 여성스럽고 내숭스러운 또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 행동했더라구요. 물론 만남 초기의 얘기고, 결국 자신의 원래 모습을 좋아해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했어요.
임 오래 알아온 사이면 모를까 털털한 여자는 별로 인기가 없어요. '사람 좋던데…'라는 건 칭찬이 아니죠. 밀고 당기고, 남자 애간장도 태우고 어려워 보여야 인기가 많아요. 가족한테 보이는 모습을 굳이 남자한테 모두 보여줄 필요는 없잖아요? 가족이 될지 안될지 모르는 사람인데. '공주'가 되라는 게 아니라 머리를 좀 써야 한다는 거죠.
윤 당분간 '여우 같은 여자'들의 우세는 계속될 것 같다는 데 저도 한 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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