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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교수의 진료실 풍경]<3> 흡연자가 풍향을 알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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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관교수의 진료실 풍경]<3> 흡연자가 풍향을 알아야 하는 이유

입력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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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담배를 끊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뻔한 대답같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나중에 암을 비롯한 나쁜 병에 걸리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그냥 병에 걸리는 것 자체가 싫기도 할 것이고, 빨리 죽어야 하는 것도 싫고, 죽으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될 것이고, 배우자와 자녀들이 불행해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예전에는 이처럼 자신의 건강과 미래,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담배를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사회적인 압력 때문에 담배를 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에서 베란다로 쫓겨난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버스, 지하철, 비행기는 물론이고, 웬만한 건물에서도 담배를 못 피게 되니 많은 흡연자들이 냄새 나는 화장실이나 건물 밖 휴지통 옆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면서 담배를 피고 있다.

그런데 금연클리닉에 찾아 온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건물 밖에서도 맘대로 못 피워요."

"아니 밖에서는 맘대로 피우잖아요?"

"저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기다릴 때 꼭 담배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옆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손사래를 치고,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들은 '아유∼ 냄새야' 하면서 소리를 내면서 도망치니 눈치가 보여 맘대로 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담배 피려면 풍향을 봅니다. 동풍이 불면 서쪽 끝에 가서 조용히 피고, 서풍이 불면 동쪽 끝에 가서 조용히 핍니다."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웃을 수 만도 없는 비극이었다.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부부 동반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식사가 끝난 뒤 평소에 하던 대로 담배를 피워 물었단다. 그런데 분위기가 썰렁했다. 전에는 한 두 사람이 같이 피웠는데 모두 끊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지금까지 눈치만 보던 아내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거봐 남들은 다 끊는데 당신만 아직도 피고 있으니!' 하면서 화를 내는 바람에 담배 맛이 너무 썼다는 것이다. 그는 그날 자기가 '야만인' 취급당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멀리 금연클리닉까지 찾아 왔다는 것이다.

어떤 백화점에서는 여직원들의 흡연율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 점장이 금연정책을 선포했다. 백화점 내의 직원 휴게실이 흡연실로 변해버린지 오래였다. 흡연을 할 경우에 담배 냄새가 옷을 비롯한 상품에 배어서 좋을 게 없고, 더구나 흡연자들은 일정한 시간마다 흡연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생산성도 떨어진다.

선진국에서는 비만과 흡연은 지도자가 되는 데 있어서 감점 요인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의 지도자로 나설 수 있겠냐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제 자신의 미래 뿐 아니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도 금연은 사회생활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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