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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李문화의 이상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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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李문화의 이상한 발언

입력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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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가 개봉했을 때 여성 장애인들은 "이 감독에게 실망했다"며 반발했다. 여성 장애인이 자신을 강간하려던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런 설정에서 출발했지만 영화가 보다 깊은 인간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14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첫 인사말에서 "장관이 나타나면 부동자세로 서 있는 직원들, 장관에게 누구나 90도로 허리를 꺾어 절하는 모습을 보며 '조폭 문화'를 연상했다"고 밝혔다. 관료사회의 형식적 관행과 의전이 사라질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도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쓸데없는 의전이 효율성을 떨어뜨리므로 하지 말자"는 얘기와 "당신네 문화는 조폭적"이라는 말은 많이 다르다. 신임 장관이 공무원의 행태에서 '조폭'을 떠올렸다면 그들을 '개혁의 동반자'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 감독이 관료 사회를 묘사할 때는 쓸 수 있지만 자신이 장관으로 있는 조직의 문화를 개선하자고 할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가 밝힌 '홍보 업무 운영방안'에 드러난 시각도 비슷하다. 말을 뒤집어 보면 언론은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고, 거짓 기사를 양산하며, 권언 유착을 일삼고, 기득권에 연연해 하는 세력에 지나지 않는다.

장관으로서 그는 영화의 깊은 뜻 대신 상황 설정만을 보고 분개한 사람들과 닮아 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괴물과 싸울 때 괴물을 닮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 장관은 괴물을 잘못 설정하고 있거나 다른 괴물과 닮아 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미처 모르고 있는 듯하다.

박은주 문화부 차장대우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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