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간다라 지역은 세계 불교문화의 원류입니다. 간다라 미술을 체계적으로 추적, 유형화하고 우리 불교문화와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혀 볼 작정입니다."국내 대표적 불교미술전문가인 문명대(63) 한국미술사연구회장(동국대 교수)은 요즘 간다라 미술 연구에 매달려 있다. 1월26일부터 2월14일까지 연구소 회원 등 21명과 함께 간다라 문화유적지인 파키스탄의 주요 박물관을 둘러보고 온 그는 5월말까지 관련 논문을 써야 한다. 이번 연구는 학술진흥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이뤄지는 간다라 학술연구 1차년도 사업으로 페샤와르, 탁실라, 스와트, 디르, 라호르 등 5개 박물관의 소장품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그는 "박물관이 소장한 2,000여 점의 불상을 일일이 꺼내서 확인하는 동안 우리나라 초기 불상의 특징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에는 400∼500년대에 제작된 것이 한두 점 밖에 없어 간다라 불상은 우리 초기 불상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불상의 얼굴과 옷차림이 서구적이고 어깨를 덮은 옷이 목 부분에서 반전되는 것 등은 우리 초기 불상의 전형적 형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그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경주 남산 마애불과 석굴암 축조· 제작기법 등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는 스와트 인근 자하나바드 마애불과 부트카라 사원지의 석굴사원. 그는 "간다라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자하나바드 마애불은 당당한 어깨와 잘록한 허리 등이 남산 칠불암 불상과 유사하며, 부트카라 석굴은 청석과 흙을 쌓아 굴실을 만들고 그 안에 둥근 기둥을 둔 점에서 우리 석굴암의 원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간다라 지역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키스탄의 박물관 시설이 열악하고 발굴도 대부분 일본 영국 이탈리아 등의 손을 빌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약간만 지원해 줘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번 논문을 마무리한 후 2차년도(2003년 8월∼2004년 7월)에는 마애불과 사원, 3차년도(2004년 8월∼2005년 7월)에는 주요지역에 대한 발굴조사를 벌이며, 국제 학술행사도 열 예정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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