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디옹과 파트리시아 카스, 아다모, 장 자크 골드만, 축구스타 지네딘 지단과 에메 자케 등이 함께 나오는 무대를 TV로 중계하면 어떨까. 시청자들이야 환호하겠지만 제작진은 밤잠을 설쳐야 할 것이다. 무슨 돈으로 이 많은 스타를 모셔 오며, 스케쥴 조정이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이런 일이 프랑스 TV에서는 일 년에 한 번씩, 18년째 계속되고 있다. 빈민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제공하는 '사랑의 레스토랑(Les Restos de Coeur)' 기금 마련 공연이다.'얼간이들(Les Enfoires)'이란 우스꽝스런 이름이 붙은 이 공연은 지금은 고인이 된 코미디언 콜로슈의 유명세 덕분에 연예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앞다퉈 무보수로 출연, 입맛 까다로운 프랑스인들이 놓치지 않고 싶어하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50여명의 스타가 조니 할리데이의 '불을 당겨라'를 열창하며 시작된 올해 행사는 프랑스 제1 민방 TF1과 제1 민영라디오 RTL에서 지난달 21일 오후 8시50분부터 150분간 방송돼 1,0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이 공연은 우리나라의 연말 이웃 돕기 프로처럼 방송되는 동안 성금을 모으는 것과 달리 방송사와 음반 제작사들이 광고 수익 또는 공연 내용을 담은 CD, DVD, 비디오 테이프 등 판매 수익 가운데 일부를 기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상품성을 높이려 애쓰는 것은 당연한 일. 솔로 가수들이 듀엣이나 트리오를 만들어 흘러간 샹송을 구성지게 부르는가 하면, 중견 스타들이 힙합 바지를 입고 나와 멋진 '보이 밴드'를 선보이고, 은막의 여왕과 신세대 가수가 어울려 섹시한 댄스를 추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모두들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공연에 임하고, 신이 나 어쩔줄 모르는 조명기사, 음향기사 등의 모습도 화면에 비춰져 보는 이들을 절로 웃음지게 한다.
지난달 TV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이 공연은 3월 첫 주 앨범 판매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비디오와 DVD는 25일 출시 예정. 지난해 '얼간이들' 공연 관련 수익금은 '사랑의 레스토랑' 한 해 예산의 20%인 1,917만8,000유로. 이 프로그램은 한 번 하고 마는 반짝 기획이나 너무 무거운 분위기로 자칫 지루하기 쉬운 여느 자선 프로와 달리 질적 완성도와 재미, 공공성과 상업성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방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오소영 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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