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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NEIS 교육행정정보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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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NEIS 교육행정정보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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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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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좋다고 '나이스'입니까? 영어 약자니까 영어식으로 당연히 네이스지, 왜 독일식으로 부릅니까. 나이스는 교육부가 자기도취에 빠져 붙인 이름입니다."(전교조 소속교사)"네이스라뇨? 교육부에서 공식명칭을 나이스라고 했고 교장회의에서도 그렇게 부르는데, 누구 마음대로 네이습니까?" (D초등학교 교감)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은 한글표기에서부터 갈등이 심각하다. 교육부와 학교측은 '나이스'를, 전교조는 '네이스'를 고집하는데 최근 전교조 일부 교사들은 NEIS가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정보유출 바이러스'라며 '네이즈'라는 별명을 붙였다.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현장방문이 시작된 후 NEIS를 둘러싼 갈등이 새 국면을 맞고있다. 대립을 계속하던 교육부와 전교조는 일단 목소리를 낮추고 윤 부총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NEIS 중단 혹은 유보' 발언 파문 이후 NEIS를 시행중인 일선 학교를 방문한 12일, 윤 부총리가 "걱정할 만큼 위험한 항목도 없고, 정보유출도 생각보다 간단치 않아 보인다"고 말하자 전교조는 즉각 "교육부 관료들이 문제 없는 학교만 선정해 사태의 본질을 왜곡한다"고 비난했다. 전교조는 15일로 잡혔던 윤 부총리와 면담도 "교육 관료들이 NEIS 관련 여론을 왜곡한다"며 취소했다.

양측은 그나마 '치고받기'라도 하는 상황이지만 일선학교는 눈치만 보고 있다. 전교조 소속교사 30여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교사가 NEIS를 사용하기 위한 인증조차 받지 않은 서울 I고교는 현재 출결, 학사관리 등 모든 작업을 기존 학사관리 시스템인 C/S나 수기(手記)로 처리한다.

이 학교 이모 교장은 "방침이 확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교육부는 NEIS를 추진하라지만 누구 말을 들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 교육부 일정을 따르기 위해 NEIS인증을 받지 않는 전교조 교사를 대신할 정보담당교사를 부르고, 이 과정에서 학교측과 해당 교사가 거친 말싸움까지 했던 한 학교도 부총리 발언 이후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효율-정보유출, 찬반양론 거세

두 명의 교사를 제외한 전원이 NEIS인증을 받은 서울 D초등학교 교감은 "NEIS덕분에 학사업무가 아주 편해졌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학생이 전학갈 경우 개별 학교단위로 구축된 C/S서버에서 출결, 성적, 건강기록부 등 학생 관련 자료를 디스켓에 담아 새 학교에 전달했는데 이제는 인터넷에서 클릭만 하면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단 인증을 받지않은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 교감은 "다른 학교에서 NEIS를 하지 않아 문제"라며 발을 동동 구른다. NEIS를 하지 않는 학교에서 학생이 전학올 경우 학생의 자료를 디스켓에 담아 보내 주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료가 오면 그것을 또 일일이 NEIS형식으로 바꾸는 일이 보통 번거롭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NEIS반대론자들은 "학교는 디지털 없이 오프라인으로도 잘 운영되고 있다. 전입생을 디스켓으로 처리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출석부도 그간 종이에 잘만 기록해 왔다"고 응대한다.

I고교 정보부장 이모 교사는 "NEIS가 시행되면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8살만 되면 본인의 의사에 상관 없이 각종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떠다니게 된다"며 "교육현장에도 속도와 효율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 교사는 또 "학교에서 계속 압력을 받고, 나중에 할 일은 더 많아진다. NEIS 거부가 정보담당 교사 입장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렇지만 효율성에 앞서 신념과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 인증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법은 없나

현재 전교조는 NEIS 27개 영역 중 교무(교원인사기록), 학사(학생생활기록부), 보건(건강기록부) 3개 영역은 분리·폐기할 것을 주장한다. 즉 학교회계, 예산, 교육통계 등은 NEIS로 해도 무방하지만 3개 영역은 기존 학사관리시스템인 C/S 를 이용, 지금처럼 학교 단위에서 관리하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측은 "행정정보화와 정보통합관리는 대세"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교육부측은 "C/S의 보안이 취약해 학교별로 방화벽을 설치·유지하는 데 연간 460억원이 넘게 들고 학생관련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면 NEIS의 목표인 시스템 운영의 효율성은 기대할 수 없다"며 전교조의 대안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미 구축된 시스템과 개발단계의 노력을 들어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고 전교조는 NEIS에 반대하는 7만 3,000여명의 교사와 시민·사회단체를 들어 '강행은 안된다'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따라서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내려지든, 그 여파는 한동안 교육현장을 강타할 전망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 NEIS란

NEIS는 쉽게 말해 학생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 교원인사기록 등 교무·학사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놓고 통합관리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다. 기존 시스템인 C/S는 이 정보를 각 학교 단위의 서버에서만 관리했지만 NEIS는 교육부의 주관 하에 전국 단위로 관리한다. 그래서 전교조 등은 정보의 집중으로 인한 남용 위험 등을 들어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NEIS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학사 민원서비스는 한결 편리해진다. 현재는 학부모가 우편으로 성적표나 생활통지표를 받아보고, 학교생활기록부나 건강기록부 사본 등은 별도로 신청해야 받아볼 수 있지만 NEIS 시행 후에는 교과학습발달상황, 신체발달상황, 예방접종 등 정보를 온라인으로 열람할 수 있다. 즉, 부모가 안방에서 아이의 학교생활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졸업 후 각종 증명서발급 등도 간편해진다. NEIS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담임교사와 교장 등. 학부모가 열람하려면 인터넷 뱅킹에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홈페이지(www.neis.go.kr) 에 접속, 학부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고 담임교사의 확인 절차를 거치면 자녀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문제는 부모나 담임교사가 아닌 '누군가'가 정보에 침입할 수 있다는 것. 전교조의 반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4중 보안 시스템이 갖춰져 그럴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000년 9월부터 개발에 착수, 현재 자료이관작업이 97% 진척되었으며, 공인인증서는 전국 평균 90%가 발급되었지만 서울 68.1%, 부산 99.5% 등 지역별 편차가 크다.

■ 정보담당 교사 하소연

교육부와 전교조 사이에서 속앓이만 하는 이들이 있다. NEIS입력을 담당하는 정보담당 교사들이다. 학생의 신상·학사자료는 담임교사가 작성하지만 이를 NEIS로 옮기는 작업은 이들의 몫이다.

경기 A초등학교 박모(31) 교사는 요즘 혼란스럽다. 새로 발령받은 학교에서는 인증서가 없는 교사가 대부분. 이중 15명 정도가 인증서를 신청하려다 윤 부총리의 발언 이후 망설이고 있고, 재촉하던 학교측도 이렇다할 말이 없는 상황.

박교사는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오류'와 싸워가며 이관 작업을 마쳤다. 자료를 NEIS로 옮기다 보면 학적에서 날짜가 뒤바뀌기도 했고 전학간 학생이 자료에는 그대로 남아 있어 애를 먹었다. 교원인사기록은 한 사람의 정보를 입력하는 데 하루가 걸리기도 했다. 시스템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학기말에는 보통 4교시면 수업이 끝나지만 오후 7시까지 일에 매달린다. 밤샘이라도 하고 싶지만 경보시스템 때문에 오후 7시안에 학교를 나가야 한다. 개학 후에는 수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6시간씩 수업은 수업대로 하고, 이후에는 또 컴퓨터 앞에 앉는다.

'두 집 살림'을 한 날도 있다. 오전에는 새 학교에 출근해 기존 C/S학사자료를 NEIS로 옮기는 작업을, 오후에는 옛 학교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이관 작업을 했다. 맞벌이 부부라 일요일은 부모님께 맡긴 딸을 만나는 날이지만 이날은 엄두도 못 냈다.

박교사는 "NEIS를 중단하면 지금까지 고생은 무용지물"이라고 말한다. 전교조의 주장대로 옛 시스템으로 돌아가자면 이제 NEIS로 작성하기 시작한 새학기 학사자료를 다시 C/S에 옮겨야 한다. 무조건 반대만 하는 전교조도, 충분한 합의 없이 일을 시킨 교육부도 모두 못마땅하다. 그는 "나처럼 화난 정보담당교사가 한둘이 아닐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사의 대안은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입력 항목이 불필요하게 많다"며 "예를 들어, 출석 체크를 매 시간 과목별로 하게 되어있는데 초등학교의 경우 하루 단위로 출결체크만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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