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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특검수용 의미/"野와 相生정국 운영"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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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특검수용 의미/"野와 相生정국 운영" 결단

입력
200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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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특검법을 공포키로 함으로써 가능한 한 야당과의 관계에서 파국은 원치 않는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법 공포후 특검법안을 수정한다는 여야의 막후 합의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직접 원인이 되기는 했지만, 노 대통령에게는 국회와의 정상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노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해주면 야당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수정안을 만들어오겠다'는 민주당 건의를 물리친 것은 실리보다는 명분을 택했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의 특검법 공포를 결정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검법을 수정해 조사범위에 제한을 두겠다는 야당의 약속을 믿는다"며 "내가 먼저 믿어야 상대방도 나를 믿는다"고 강조한 것도 야당과의 관계에서 신뢰구축이라는 명분을 우선시했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또 '제한적 특검'의 실시가 압도적 여론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함으로써 남북관계나 경제에의 악영향에도 불구, 여론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다만 여기에는 거부권을 행사해도 원내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재입법을 막을 방도가 없고 야당의 극렬한 반발만을 초래, 정국 마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물론 작용했다. 노 대통령이 여야간의 실질적인 막후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나라당이 타협안을 내줘서 감사하다"는 표현까지 쓴 것은 거꾸로 한나라당의 약속 이행을 압박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특검법 공포는 청와대측이 제안한 제한적 특검 실시를 여야가 모두 수용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시각을 보임으로써 당정분리의 원칙을 바탕으로 정국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정치적 원칙을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는 점을 밝히면서 "여야간 상생의 정치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향후 여야의 특검법 수정안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기대감이 현실화할 수 있을 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민주당 내부에는 아직도 특검 실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엄존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도 언제든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는 등 장애물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여야가 협상에 실패할 경우 특검은 이미 공포된 원안대로 실시될 수밖에 없다는 사정 때문에 민주당의 입지가 줄어든 점은 오히려 협상 타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특검법 수정안 협상에 미온적으로 나올 경우 노 대통령이 강조한 신뢰를 깬다는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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