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권이 5월 중 열릴 전망인 한미 정상회담을 미 대통령의 전용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개인 소유인 텍사스주 크로포드 목장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면밀히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고위관계자는 14일 "한미 정상 간에 '긴밀한 우의'를 다지고 과시하는 차원에서 별장 정상회담을 모색 중"이라면서 "지난달초 방미한 고위방문단이 1차적으로 미국측에 타진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달말 한미 외무장관회담, 4월 딕 체니 부통령 방한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안다"면서 "별장 회동은 북한 핵 문제 등으로 왜곡된 한미관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측은 외교경로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주말일정을 조사하는 한편, 부시가(家)와 친분이 있는 인맥들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방식의 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별장의 상징성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최고의 동맹국으로 인정하는 국가 정상에 한해 별장으로 초대해 주말회담을 가져왔다. 별장은 곧 미국의 신뢰도, 외교적 우선순위를 가늠하는 척도로 자리잡았다. 1979년 이스라엘―이집트 평화협정 체결로 유명한 캠프 데이비드의 경우 혈맹국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등만이 초대될 정도로 문턱이 높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도 지난해 2월 이곳에서 부시 대통령과 함께 야구공을 던지고 받으며 '별장 그룹'에 들어갔다.
정부측이 좀 더 천착하고 있는 크로포드 목장은 그야말로 부시 대통령만의 공간으로 '서부 백악관'으로 통한다. 부시 대통령은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이곳에 초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문제 등을 담판 지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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