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 시기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미국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의 지지를 얻는 데 목표를 두고 외교적 총력을 쏟아왔다. 미국은 9표만 확보되면 프랑스의 거부권 행사를 소수의견으로 몰아붙여 대세는 미국 편이라고 선언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외교적 상황은 미국에게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부터 멕시코 칠레 파키스탄과 함께 앙골라 기니 카메룬 등 아프리카 3개국의 표를 얻기 위해 '전화외교'공세를 펴왔다.
그러나 13일 현재 아프리카 3개국의 미국 지지는 여전히 미미하다. 칠레의 외무장관은 이날 상황변화가 없는 한 결의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두 가지다. 며칠 더 외교적 노력을 하거나 아예 상정을 포기, 표결 자체를 무산시키는 방안만 남겨두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부시 대통령은 몇 ㎞ 더 외교의 길을 갈 것이지만 그 거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해 한시적 외교적 노력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미국은 이번 주말까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뒤 9표 확보의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이라크 공격을 선언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부시에게는 큰 모험이다. 표결 없는 전쟁 강행은 다른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가져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에서는 이기고 외교전에서는 패배하는 최악의 경우가 예상될 수 있다. 전후 이라크 체제 관리와 복구는 유엔과 국제사회의 도움이 없으면 매우 힘들어진다.
전쟁의 승리가 국내 지지기반의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전후 국제적 대립상을 치유하지 못해 외교력 부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 경우 부시의 2004년 대선 가도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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