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북 송금사건 특검제 법안을 원안대로 공포했다. 거부권 행사를 포기,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민주당 지도부의 특별건의에도 불구하고 법을 공포한 것은 거부권 행사가 가져올 정치권의 극한대립과 국론분열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 진상을 밝혀 의혹을 규명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 시켜야 한다는 특검의 명분을 외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익과 외교적 신뢰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이는 차후에 보완할 과제가 됐다.법의 공포로 대북 송금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책무는 대통령이 임명할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갔지만, 정치권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우선 진상규명과 사안의 성격상 특별검사의 활동이 초래할 수 있는 국익의 손상 가능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러 들거나, 또는 국익보호를 구실로 정당한 조사와 책임추궁을 방해하려는 기도 등이 일차 경계 대상이다. 적색 경보음을 계속 발하고 있는 경제와 한미 동맹관계를 시험하고 있는 북한 핵 문제,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이라크 전쟁 등 산적한 국가적 난제들이 이를 용납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거부권을 놓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특검에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음을 주목한다. 한나라당은 법 공포를 결정한 국무회의에 앞서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면 국익과 국민의사를 감안해 언제든지 협의하겠다"고 말했고,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은 "한나라당이 앞으로 할 일을 하는데 인색하지 않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여야는 특검 운영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 "정치권도 때로는 당리당략보다 국민을 생각할 줄도 아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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