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포스코 회장이 3연임을 확정 지을 정기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13일 전격 회장직을 사퇴했다.유 회장은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새로운 경영체계하에서 포스코가 세계 최강의 철강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물러나기로 했다"고 퇴진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 "이 번 사퇴는 정부의 압력과는 무관하며 포스코의 도약과 발전을 바라는 충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외압설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포스코 안팎에서는 표 대결을 불사하겠다던 유 회장이 갑작스레 사퇴한 배경에는 정부의 '전방위'압력이 작용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민영화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주주 의사와 관계없이 퇴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신(新)관치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박태준 명예회장이 1992년 12월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최고 경영자가 바뀌는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유회장의 퇴진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전부터 예견됐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틈만 나면 공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도 "포스코 회장직은 불필요한 옥상옥"이라고 공개적으로 유 회장을 압박했다. 정부는 이후 유 회장의 타이거 풀스 주식 매입 연루의혹 등을 앞세워 자진 사퇴를 유도하는 한편,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행과 대한·한국투신을 동원,유 회장 반대론을 공론화했다.
정부는 유 회장이 끝까지 버티자 개인비리 조사와 함께 타이거풀스 재판 결과에 따라 금감위가 '임원 사퇴 권고'를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유 회장의 퇴진이 알려지기 전인 10일 "유 회장에게 여러 차례 정부의 뜻을 전달, 주총 전에 거취 표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미 유 회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유 회장의 독선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국 유 회장은 연임되더라도 회사 전반에 대한 압력으로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주총 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의 사퇴에 따른 새로운 경영진은 주총을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이사회에 후임 회장과 사장에 이구택 현 사장과 강창오 부사장을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공채1기로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주총 일정상 외부인의 회장 선임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사회가 정부의 회장직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반영, 당분간 회장을 공석으로 두고 대표이사 사장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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