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사건 수사가 한창이던 며칠전.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서울지검 형사9부장실에서 만난 이인규 부장검사는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었다.(기자) "마음 고생이 심하시겠어요. 요즘 바깥에서 검찰이 경제 망친다고 난리인데…."
(이 부장) "마음고생 할게 뭐 있겠어요. 그런 것 없습니다, 이미 판단은 섰으니까. 두고 보세요. 우린 합니다."
(기자) "그래도 부담 되시겠어요."
(이 부장) "기자가 비리를 취재했는데 누가 말린다고 기사를 쓰지 않습니까? 검사가 비리를 보았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덮을까요? 그게 검사인가요. 고름을 놔둔다고 피가 됩니까? 상태가 더 나빠질 뿐이죠."
극심한 경제불안 때문인지 검찰의 SK사건 수사에 대한 박수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SK사건 수사는 경제외적인 측면, 즉 검찰의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보면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속도조절'을 언급하고, 경제 부총리와 정치권까지 '압력'을 넣었지만 검찰은 결국 독자적 판단에 따라 밀어붙였다. 언론과 여론은 검찰 개혁 논의가 나올 때마다 항상 '사건을 재단하지 마라. 정치권의 압력은 단호히 거부하라'고 주문해 왔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검사답게' 수사했다. SK사건은 권력층의 외압 의혹이 불거져 나와 아직 진행중이다. 형사9부가 외압의 여파로 솜방망이 처벌을 했을 수도 있고, 모든 의혹을 다 파헤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경제에 미친 영향도 예상보다 심각하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보여준 '검사정신'은 박수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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