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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세계]윤재일 서울대 피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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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세계]윤재일 서울대 피부과 교수

입력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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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전문가인 서울대병원 피부과 윤재일(尹在一·56)교수는 진료의 상당시간을 인생상담에 할애한다. 피부가 비듬처럼 허옇게 벗겨지는 건선은 남들이 이상하게 보고, 꺼리는 등 사회생활의 장애가 가장 큰 고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장 발병이 많은 연령이 한창 꿈을 펼칠 20대와 10대. 대부분 환자들은 '피부 당뇨병'이랄 수 있는 만성질환인 건선을 잘 관리하는 것보다 숨기는 데 급급하다.1982년 윤 교수가 서울대 의대에 부임한 후 건선클리닉센터에 등록시킨 환자가 3,000여명. 윤 교수가 기억하는 환자의 경험은 대부분 가슴 아픈 것들이다. 학교에서 놀림받기 싫어 한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고집하는 어린 학생, 직장의 연수원장으로부터 '진단서 없이는 연수원에 들어올 생각을 말라'고 통보받은 직장인, 신체검사에서 경증 건선을 문제삼아 진급이 보류된 군인, 며느리 눈치 안 보고 손주 한번 안아보는 게 소원인 할아버지….

"건선은 전염병이 아닙니다. 옮지 않아요. 그걸 모르는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 이렇게 심하니, 한창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인생계획을 세울 10∼20대들이 얼마나 심적 고통을 겪겠습니까?" 더 심각한 것은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선 급속히 악화, 온 몸으로 퍼진다는 점이다. 스트레스와 피부자극, 피부건조는 건선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건선은 피부세포가 너무 빨리 증식해 표피가 비듬처럼 떨어지는 병이다. 일반인의 피부재생주기(피부층 맨 아래 세포가 표피로 나와 떨어지기까지)가 40∼50일인데 반해 건선 환자는 5∼7일마다 피부가 재생된다.

우리나라 인구의 약 1%가 앓는 것으로 추정되나 처음 발병하는 부위가 무릎, 팔꿈치, 엉덩이, 머리 속 등 숨겨진 부분이라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많다. 건선의 원인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90년대 이후 면역세포 중 하나인 T-헬퍼셀의 과도한 활성화가 원인이라는 견해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윤 교수는 "최근 자외선치료가 정밀해지고, 바르는 약, 먹는 약을 병용하는 복합요법이 발전하면서 건선은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 되었다"고 말한다.

국내에선 20여년 전 자외선치료법이 처음 나온 후 1998년부터 자외선 중에서도 파장이 311㎚인 UVB만 골라쪼이는 광선치료를 한다. 바르는 비타민D,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 투약 등을 적절히 병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 나온 치료 기준을 우리나라 환자에 알맞게 재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외선에 덜 민감한 황인종에게는 적절한 자외선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윤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인보다 자외선을 30% 더 쪼여야 홍반(피부가 빨갛게 익는 것)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2000, 2001년에는 자외선량과 피부가 타는 정도, 비타민D-자외선 병용요법의 치료효과 등을 분석, 황인종 최초의 임상사례로 해외 '광피부학'저널에 실렸다. 자외선에 대한 윤 교수의 연구는 자왼선차단제품을 생산하는 화장품회사에도 유용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미국의 제약사들은 보다 근본적 치료가 가능토록 T-헬퍼셀의 활성을 막는 생물학 제제를 개발,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 치료가 가능하기 전까지 남들의 시선에 당당히 대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건선 환자는 몸을 가리지 말고 드러내 햇볕을 쬐야 좋아지지요. 주변사람들이 해롭지 않은 피부병의 하나라는 것만 알아준다면 좋을 것입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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