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우수성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강력한 방법인 화두선의 전통이 남아 있다는 데 있습니다."12일 저녁 서울 견지동 조계사 불교대학. 유럽에서 한국 불교를 포교하고 있는 헝가리인 청안(淸眼) 스님이 3년 만에 돌아와 국제포교사회 초청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화계사 숭산스님으로부터 1999년 지도법사 인가를 받은 청안 스님은 현재 부다페스트의 보광선원에 기거하면서 3곳의 선 센터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동유럽 각지를 돌며 수행을 지도하고 있다. 조계종 소속 비구 스님으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일한 외국인 스님이다.
이 날의 강연 주제는 '불법(佛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유럽인을 상대로 3년 동안 한국 불교를 가르친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스님은 "유럽에서는 티벳 불교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요즘 들어 참선을 위주로 하는 한국 선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 문화권에서 살아온 젊은이들이 불교의 여러 측면 가운데 기도나 예불 등 신앙 행위보다는 명상, 참선 등 수행 프로그램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추세인데 한국의 선불교가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 또 헝가리 불교는 대체로 상좌불교보다는 대승불교에 가까운 성향이라고 전했다.
그는 "조선의 억불정책 덕분에 화두선의 순수한 전통이 유지됐다"며 "한국에만 남아 있는 화두선에 대해 신념을 갖고 선 수행을 했고, 고국에 돌아가 이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禪)은 종교가 아니라 방법"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선 수행과 함께 불(佛) 법(法) 승(僧) 3보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 교학과 수행의 균형, 올바른 스승과 제자 관계 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의응답 시간에 제자들과 하는 법거량(法擧量)의 일단을 선보였다. "신(神)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당신 청바지는 파란색"이라고 답했다. 모든 현상을 관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라는 대답이었다.
부다페스트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94년 숭산 스님을 만나 출가한 그는 5년 간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수행했다. 숭산 스님으로부터 지도법사 인가를 받으려면 보통 10년 정도 걸리는데 그는 4년 만에 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가을 헝가리인 제자 2명과 함께 돌아와 3개월 동안 동안거 수행을 통해 재충전을 했으며 이달 말 헝가리로 돌아 갈 예정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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