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정부부처의 조간신문 가판구독을 중단하면서 엉뚱하게 우리가 밥을 굶게 됐습니다."서울 광화문 신문가판대 관리인 이권우(李權雨·33·사진)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정부부처의 가판신문 구독이 끊긴 이후 걱정이 태산이다. 한때 5,000여부에 달했던 가판 판매부수가 최근에는 2,000여부로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전남 장흥에서 고등학교 졸업후 서울에서 군생활을 마친 이씨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우기 위해서는 신문배달을 해봐야 한다는 큰 형의 권유로 1993년부터 아르바이트로 가판배달을 시작, 현재는 광화문 가판대에서 직원 10여명을 관리하며 가판신문 배달책임을 맡고 있다.
광화문 가판대는 경제지가 도착하는 오후 5시40분부터 바빠진다. 오후 5시부터 신문을 기다리던 대기업 홍보팀 직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모든 신문을 꼼꼼히 읽기 시작, 각 중앙일간지 조간신문의 가판이 모이는 오후 7시30분까지 가판기사를 확인하는 아르바이트 학생과 신문 배달 직원 100여명 등으로 아수라장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부부처 공보실 직원들이 발을 끊는 바람에 대기업 직원들만 북적인다"는 이씨는 "올 해 초만 해도 장관 및 고위공직자 집으로 가판신문을 배달하느라 밤 10시가 넘어야 배달이 끝났었는데 이달 들어 장관들이 가판구독을 모두 끊어 저녁 8시30분만 되면 일이 마무리된다"고 푸념했다.
한창 바쁠 때에는 정부과천청사까지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가판신문을 배달했다는 그는 "지난달까지만해도 배달 직원수가 20여명이 넘었지만 가판구독 금지령 이후 일거리가 줄어 직원 9명을 줄였다"며 "다음달부터는 직원 월급도 대폭 줄이고 직원수도 2명 이상은 줄여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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