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3일 밤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날 통화는 일단 이라크 전쟁에 초점이 모아진 것 같다. 하지만 미국측이 북한에 대한 선제군사공격 가능성을 일축하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한 것은 최근 안팎에서 일고 있는 '위기설'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부시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의 2차 결의안 채택과 이라크 공격의 명분을 얻기 위해 동맹국 등을 상대로 치열하게 외교전을 펼쳐왔다. 양국 정상이 직접 민감한 국제정세를 논의하긴 노 대통령 당선 후 두 번 째, 취임 후 처음이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 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기된 대북 군사공격 방안을 배제했다. 전쟁 위기감 고조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 여지가 생긴 셈이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조함으로써 북한 핵 문제도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따라 북한 핵 문제는 미국 주도의 다자(多者)대화의 틀 속에서 북미 직접대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전망이다. 북한이 이 같은 협상방식에 동의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한미 양국은 공동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다음은 두 정상간의 통화록.
부시 대통령 취임 후 처음 통화를 하게 됐다. 다시 축하한다. 정권 교체가 원만하게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점 역시 축하한다.
노 대통령 고맙다. 대통령 당선 직후 통화한 후 오늘 다시 통화하게 돼 기쁘다. 취임식 때 파월 국무장관을 포함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따뜻한 축하를 해줘 고맙다.
부시 대통령의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및 국제테러 방지를 위한 지도력을 항상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를 지지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을 존중한다는 정신 아래 이라크 문제에 대해 미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다.
부시 고맙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앞으로도 강력히 유지해나갈 것이다. 노 대통령도 이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그렇다.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정책에서 핵심적 초석이 될 것이다.
노 그 동안 양국간에 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에 이견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여러 대화의 계기를 통해 한미간 이견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앞으로도 동맹정신에 의해 미리 상의하고 긴밀한 협의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
부시 나는 노 대통령이 편리한 시간에 워싱턴 내 집무실에 손님으로 오기를 희망한다.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노 저도 가능한 한 빨리 방문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갖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한미관계를 보다 돈독하게 만들 수 있고 북한 문제도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빨리 미국을 방문해 열린 가슴으로 유익한 대화를 갖기를 바란다.
부시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미국의 정책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 반발 가능성에 대해 일부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미국의 정책 기조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행운을 기원한다.
노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해줘 고맙다. 오늘 전화 고맙고 만나서 대화 갖기를 기대한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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