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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나이는 장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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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칼럼]나이는 장애 아니다

입력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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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12일) 브라질 리우리그 올스타팀과 안양전을 보면서 과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가' 곰곰 따져보았다. 베베토와 조르디뉴 마징요 등은 한 시대를 풍미한 월드스타임에 틀림없다. 특히 94미국월드컵에서 호마리우와 투 톱을 이뤄 통산 4번째 우승을 일궈낸 베베토는 호나우두에 비견될 만큼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렸다. 이들은 모두 39살로 내일 모레면 불혹의 나이가 된다.일부는 이날 경기를 두고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순 없지 않느냐"며 이들의 플레이가 형편없었다고 깎아 내렸다. "한물 간 노인네들을 불러 순간의 눈요기로 돈을 벌겠다는 속셈"이라고 꼬집는 얘기도 들렸다. 내가 봐도 베베토의 몸놀림은 94미국월드컵은 물론 3골과 함께 브라질의 준우승을 이끈 98프랑스월드컵 때와는 달랐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온 여독과 한국의 쌀쌀한 봄 날씨에 적응이 덜 된 탓도 있겠지만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자. 강철 체력을 요구하는 축구에서 이들이 최태욱 등 한창 나이의 후배들과 몸싸움을 마다 않고 "뛰었다"는 사실 자체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어떤가. 내가 현역을 보낸 70∼80년대엔 '스물 여덟'이면 노장 취급을 받았다. 자기관리에 소홀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프로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주로 금융 팀에 속했던 선수들은 하루 빨리 업무를 익혀 '은행원이 되는 게' 축구에 매달리는 것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 선수로서의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조기은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프로리그 출범 20년을 맞은 지금은 달라졌다. 자기관리만 잘 하면 얼마든지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다. 하석주 김현석 홍명보 등은 30대 중반이지만 전성기 때 못지 않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서 세대교체와 물갈이를 외쳐대고 있지만 그 기준이 꼭 '나이'가 되서는 곤란하다. 축구만 봐도 노장은 경험을 앞세워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역을 맡아 '조직'을 제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도 노장의 몫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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