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정신을 분석하고 치료해온 여의사 정혜신(40·정혜신 신경정신과 원장)씨가 40대 남성들을 극장으로 초대한다. 2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 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릴 '정혜신의 감성 콘서트―남자들'이다.콘서트라는 제목이 붙여졌지만 100분 남짓한 공연 중 노래는 별로 없다. 간간히 정 원장이 피아노를 치며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기도 하지만 일, 섹스, 의리와 충성, 어린 시절 등 남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주제별로 영상 자료를 곁들여 자분자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이다. 김광석의 노래 역시 남성을 이해하는 코드의 하나다.
정 원장이 무대를 택한 것은 남자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교감'하기 위해서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1년 김영삼, 장세동, 강준만 등 명사들을 정신 분석한 책 '남자 VS 남자'로 유명해졌지만 진료실과 강의실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던 그다.
"8년째 40대 남성들을 만나면서 딱딱한 형식의 한계를 절감했어요. 몇 년 전부터 그들의 감성을 이끌어 낼만한 형식을 고민하다 연출가 손진책씨를 만나 감성 콘서트 혹은 교감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정 원장은 교감은 깨달음을 전제로 한다고 말한다.
"정신과적으로 봤을 때 사람이 변하려면 깨달음이 있어야 해요. '나는 나를 잘 안다'는 식의 지적인 깨달음보다는 감성적인 깨달음이 치료와 삶의 변화의 기초가 됩니다." 감성 콘서트는 그 깨달음을 위한 계기다.
왜 하필 40대 남자들일까. 정 원장은 남자들에게 40대가 가장 감성적인 시기라고 말한다.
"이 때가 되면 남자들은 이제까지 외형적인 것을 추구하며 살았던 삶을 돌아보고 예민해집니다. 여성성(여성적 성향)이 증가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그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에서도 이를 잘 받아주지 않죠. 그러니 더욱 흔들리게 되지요. 외도가 많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정 원장은 그 흔들림이란 10명 중 8명이 겪는 현상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도 참 괜찮은 나이"라고 느끼라고 남자들에게 권한다.
정 원장은 그런 남성들을 위해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 한다. 누군가 자기 말에 귀 기울여 줄 사람을 원하는 남자들에게는 여의사가 동성인 남자 의사에게 느낄 법한 경쟁심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 올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성들을 내세우는 것이 장삿속 아니냐는 오해도 살 법하지만 사실 40대 남성들은 정신과 병원을 찾는데 가장 인색한 이들이라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 공연계에서도 아예 제쳐 놓은 계층이다.
남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건 결국 여자들에게도 좋다는 것이 정 원장의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 콘서트도 남자 혼자 보다는 부인과 같이 보는 것이 훨씬 좋다고 한다. "공연을 다 보고 나갈 때 손잡고 나가는 부부가 있다면 가장 좋겠어요." 공연 문의는 www.hyeshin.co.kr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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