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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박2일/고성·속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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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2박2일/고성·속초

입력
2003.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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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대는 파도, 높은 언덕, 그리고 깊은 골짜기…. 동해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그 중에서도 역시 강원도행은 바쁜 직장인이면 누구나 꿈꾸는 나들이다. 고성, 속초 등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 볼까. 고속도로처럼 지루한 길이 아니라 봄냄새가 폴폴 나는 국도를 따라 간다. 분단의 아픔도 느끼고, 가슴이 뻥 뚫리는 광활한 풍광도 본다. 이 지역의 여행은 특이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여행이다. 특히 겨울의 끝자락은 더욱 그렇다. 눈을 통해 호연지기를 얻고 눈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린다.준비

가장 중요한 것은 숙박. 해안선을 따라 장급 여관이 줄을 이루고 있다. 토요일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지만 금요일 밤은 현지에서 빈 방을 찾을 수 있다. 조금 비싸다. 일출이 보이는 방의 경우에는 금요일과 주말에 10만원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토요일 밤은 콘도 등이 밀집한 미시령 숙박타운 등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겨울에는 오히려 한산하다. 고성군청의 여행 안내 사이트(tour.goseong.org)를 이용하면 콘도와 여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탁 트인 공간을 여행한다. 뜨거운 여름은 아니지만 선글래스, 모자 등을 챙기는 것이 좋다. 파도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으니 여벌의 신발과 양말을 준비한다.

가는 길

진부령으로 넘어가 미시령으로 돌아오는 길을 택한다. 6번 국도를 타고 출발한다. 용두리에서 44호 국도로 번호가 바뀌고 홍천-인제를 거쳐 46번 국도로 진부령을 넘으면 간성이다. 저녁식사 걱정은 필요없다. 양평 지역에 먹거리가 출중하다. 국밥에서 스테이크까지 다양한 메뉴가 기다리고 있다.

조금 늦더라도 강원도의 별미를 맛보려면 인제까지 간다. 서호순메밀국수(033-461-2078)집이 강원도 향기가 물씬 풍기는 막국수를 만든다. 메밀로 직접 면을 뽑고 동치미 국물에 만다. 내놓는 동치미 국물에 무가 동동 떠있다. 추운데 웬 막국수? 원래 막국수는 겨울에 먹는 음식이다. 진부령을 넘으면 먼저 숙소를 잡고 바다로 나간다. 운이 좋으면 수평선에 뜬 어화(漁花)를 볼 수 있다. 고깃배의 집어등이다.

고성, 속초 여행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통일 전망대(033-682-0088)로 향한다. 오전 9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 북한땅을 본다. 아름다운 백사장 건너편에 해금강이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금강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금강산 육로관광길과 조만간 이어질 동해북부선 철도가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나오면 해변으로 간다. 가장 가까운 큰 해변은 화진포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호수도 있다. 원래 포(浦)란 한 구석이 바다와 연결된 호수나 강을 의미한다. 화진포 호수를 감싸고 온통 갈대밭이다.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갈대 속에 숨어있던 철새들이 발소리에 놀라 갑자기 날아오른다. 사람이 더 놀랜다.

건봉사에 들른다. 과거 강원도의 절을 모두 호령했던 대찰이다. 분단 이후 군사분계선 안에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이제는 개방됐다. 자동차가 편안히 다닐 수 있도록 길도 정비됐다.

건봉사를 나오면 해안도로(7번 국도)를 따라 속초까지 내려온다. 그냥 지나는 것이 아니고 명소마다 들른다. 송지호, 청간정, 영랑호, 청초호 등 관동팔경과 석호(潟湖)를 만난다. 역시 바라만 봐도 속이 트이는 풍광이다. 속초에서의 숙박. 날씨가 좋다면 미시령에 미리 올라가 보자. 휴게소에 서면 속초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수평선에 어화가 뜬다면 더 좋겠지.

돌아오는 길

미시령은 진부령보다 항상 제설작업이 더디다. 군사적으로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월동장구는 필수. 아침에 출발하는 것이 좋다. 6번 국도 양평 구간은 일요일이면 숨이 막힐 정도로 붐빈다. 아침식사는 황태국이 어떨까. 미시령이 끝나는 용대리에 황태국집이 많다. 국 한그릇과 황태찜으로 속을 풀고 황태덕장을 본다. 겨우내 노랗게 익어가는 황태덕장은 보는 것 만으로도 맛있다.

점심 시간에 맞춰 양평 부근에 도착해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는다. 아직 눈이 하얗게 남아있는 강원도의 산록과 동해의 푸른 파도를 생각하며 추억 다지기를 한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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