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요리축에 낍니까?" "무슨 소리, 라면도 명품이 될 수 있습니다." 간식 정도로 치부되던 라면이 '요리'로재탄생하고 있다. 수십년 째 한가지 라면 맛을 고수하는 라면 전문점에 사람들이 줄을 서는가 하면 종업원이 군복을 입고 찌그러진 냄비 그릇에 담긴 라면을 손님에게 내놓는다. 일본식 라면이 자리잡고 피자 라면 등 라면에 퓨전 개념이 도입된 것은 옛날 일이다.이제 라면은 비닐봉지에 담긴, '그저 그런' 싼 음식이기를 거부한다. 주말마다 신개념의 라면 전문점에는 색다른 맛을 희구하는 가족, 친구,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빨계떡―틈새라면
서울 명동 유투존 백화점 뒷골목에서 23년째 '한국식정통 라면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다. 메뉴는 한가지 '빨계떡'. '빨갛고 계란이 들어간 떡라면'이라는 뜻이다. 매운 것을 못먹는 사람들을 위해 빨간 색을 뺀 '계떡'과젊은층을 겨냥한 '러브 주먹밥'을 새로이 추가했다.
고춧가루는 주인 김복현(42)씨가 개발한 것만을 사용해 매우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낸다. 또 반드시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기름기를 제거하고 나무그릇을 사용, 면이 쉬 식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의 노하우. 축구선수 출신으로 최근 '틈새라면도 벤처다'는 책도 써낸 그는 "다 먹을 때까지 라면의 웨이브가 그대로 남아 있고 식어도 기름기가 없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라고 라면의 '장인 정신'을 강조했다. 한 그릇 3,000원. 벽을 가득 채운 낙서와 메모지들은 이 집의 오랜 전통을 말해준다. 최근 신촌점을 비롯, 20여개의 체인점이 문을 열었다. (02)3275―5777.
군대식 라면―황토군 토담면 오다리
군대에서 찌그러진 냄비를 난로불에 얹어 끓여먹던 라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맛 중 하나일 것이다. 주말마다 푹 불은 라면을 식판에 받아먹던 일, 추운 겨울날 야간 보초를 서다 주전자에 라면 끓여먹던 기억. 이 곳에서는 그때 그 시절의 라면을 맛 볼 수 있다.
냄비에 라면을 갖다 주는 '냄비 라면', 군대식 식판에 제공되는 '식판 라면', 군대식 '반합라면' 등이 주메뉴. 종업원들도 군복을 입고 라면을 서빙한다. 3,000원. 서울 선릉역 인근 본점과 체인점 4곳이 있다. (02)501―2573.
뚝배기 라면―라면 땡기는 날
서울 정독도서관 앞에 위치한 라면집. 라면을 뚝배기에 끓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빈 뚝배기에 라면을 넣고 미리 썰어둔 양배추, 버섯, 파를 얹은 후 메뉴에 따라 재료를 첨가해 끓인다. 매우면서 깔끔한 짬뽕라면과 생강 맛이 담백한 된장 라면은 2,000원, 보통 라면은 1,500원, 김치, 해장, 치즈 라면은 1,800원이다. (02)733-3330.
일본식 라면―규슈라멘
라면은 일본이 원조. 그러나 일본 라면은 우리와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튀기지 않은 생면을 쓰며, 국물도 고기국물을 우려낸 것을 쓰기 때문에 우리 라면보다는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청담동에 자리한 규슈라멘에서는 정통 일본식 생라면을 맛볼 수 있다. 된장라면인 삿포로 미소라면과 간장라면인 쇼유라면, 나가사키 짬뽕이 대표 메뉴. 일본식 라면 맛 그대로 인데도 기름을 걷어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것이 매력이다. (02)548―7341.
라면 백화점―면스토랑
혜화동에 본점이 있는 라면집으로 메뉴는 현란하기 까지 하다. 그냥라면, 오뎅라면, 다이어트라면, 햄계란라면, 잡탕라면, 치즈라면, 카레라면, 피자라면, 라면 정식 등 28가지. 면스토랑이라는 이름은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와 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02)762―9468
라면 브랜드―청춘라면
대구에서 기반을 잡아 19년째 내려오고 있는 브랜드 라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하고 담백한 라면 등 10여가지 메뉴를 뚝배기에 담아 내 놓는다. 얼큰한 육개장 라면인 빨면, 시래기 된장국 라면인 씨락면, 새콤이 김치의 칼칼한 맛이 특징인 샘치, 멸치 감자 수제비의 깜제비 등. 안산 여수 등 체인점만 20여곳. 그릇당 2,200∼2,500원. (053)793―2256.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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