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이라크전쟁이 임박한데다 북핵문제, 유가 상승, 환율 급등, 내수 급냉, SK그룹 후폭풍 등 대형 악재가 파상공세식으로 밀려오고 있기 때문이다.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들은 구조조정본부, 경제연구소, 각 계열사 해당사업본부 등을 중심으로 종합 위기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경영 투명성 제고에서부터 금융시장 불안까지 염두에 둔 총체적인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긴축경영 방침에 따라 경비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으며 상황이 악화할 경우 영업계획 등을 일부 수정해 비용억제 목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차도 일반경비의 경우 부서별로 당초 책정된 예산보다 가급적 덜 쓰도록 회사 차원에서 적극 권고하고 있다.
포스코는 진행중인 6시그마 운동 등 구조적 경영혁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지만, 혼미해져 가는 국내외 경제여건에 대응하기 위해 올 경영계획 재검토에 착수했다.
한솔제지는 경영혁신 운동의 일환으로 톤 당 총원가를 700달러 이하로 유지하고 생산성을 20%로 끌어올리는 한편 불량률을 500ppm 이하로 낮추자는 뜻의 'S725 생존원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 달 말까지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신규 투자는 전면 금지하고 기존에 수립했던 투자계획을 재검토키로 했다. 코오롱 역시 이미 실적에 따라 매월 예산을 조정하는 '유연 예산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에너지 절감 운동도 빠지지 않는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을 중심으로 전시경영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한 삼성은 삼성SDI가 경비절감 운동인 '텐·텐(10·10) 전략'을 실시하는 등 계열사들이 전사적 에너지 절감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단계별 유가인상에 따른 2단계 에너지 절약계획을 추진중인 현대차는 지난달 13일부터 옥탑 광고 간판과 가로등, 지하주차장 등의 점등시간을 최소 2시간에서 최대 5시간 가량 줄이고 점심시간에는 각 사무실의 컴퓨터를 끄도록 하고 있다.
SK(주)는 오후 7시만 되면 소등하고 1개 층을 40∼50개 구역으로 구분, 연장근무구역에만 전원을 공급해주는 '연장근무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충격을 직접 받을 것으로 보이는 항공업계와 해운업계도 전시경영체제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에 대비해 최근 서울 여의도 본사와 부산 등에 기획, 물류, 영업, 운항 실무 담당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반을 설치했다. 대한항공은 비축유를 늘리는 한편 라크전이 발발할 경우 주2회 운항하고 있는 인천-두바이-카이로 항로를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항 중지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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