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이 12일 회동에서 대북송금 관련 특검법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함에 따라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시한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노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 앞서 가부간에 결론을 내야하기 때문에 선택의 시간은 13일 하루가 남아있는 셈이다.청와대는 여야가 특검법 수정에 합의하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법안을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특검법을 공포한 뒤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북송금 관련 국내 자금 조성 경위 등은 특검법으로 밝히되 해외송금 부분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고려해서 정치적으로 타결하자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13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박 대행이 12일 청와대 회동에서 특검법 개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 이뤄지리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이날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이 밝혔듯 그 동안 거부권 행사를 주장했던 민주당의 태도가 유연하게 바뀌고 있는 점이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여야 접촉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청와대 회동에서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이 "특검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여야의 정치적 합의로 특검의 운영에 변화를 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내놓은 또 다른 타협안도 성사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특검이 여야의 정치적 합의에 구속을 받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13일 중으로 여야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심해야 한다. 청와대는 당초에는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이었으나 대북 관계 파탄을 우려한 전문가의 충고가 쏟아지면서 입장이 '목하 고민중'으로 바뀌었다. 현재로서는 전격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기 보다는 일단 수용한 뒤 한나라당과 추가 협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의 장래를 우선해 거부권으로 정면 돌파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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