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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과 극장가기/봄볕처럼 따스한 영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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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과 극장가기/봄볕처럼 따스한 영화 어때요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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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으뜸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자문할 때마다 절로 떠오르는 표현이 있다. '간접 경험'이 그것이다. 두 시간 전후의 영화를 통해 세계 각양각색 사람들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그들의 다양한 문화를 간접 체험해 보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나의 그리스식 웨딩'은 바로 그런 점에서 매혹당하지 않고는 못 배길 개성만점의 소품이다. 제작비 500만 달러의 미국 저예산 독립 영화지만 북미에서만 2억 4,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블록버스터급이다. 그리스계 미국 노처녀 툴라(니아 바달로스)와 전형적 미국 청년 이언(존 코벳)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결혼을 아주 경쾌하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그러나 '귀여운 여인'류의 로맨틱 코미디처럼 두 연인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도 여전히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리스 커뮤니티의 삶의 방식에 무게 중심을 둔다.

그 잘난 '아메리칸 웨이 오브 라이프'에 한방 먹이려는 듯. 왁자지껄하다는 점에서는 매우 흡사하지만, 언뜻 '대부'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그 양상이 폭력으로 점철된 이탈리아 커뮤니티와는 전혀 다르다.

2001년 베니스 영화제 대상(황금사자상) 수상작 미라 네어의 '몬순 웨딩'의 인도 커뮤니티의 인간적 반목, 위선 등과도 거리가 멀다. 영화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참으로 뜻밖이고, 그래서 신선하다.

영화의 시선이나 가족사랑이란 측면에서는 첸 카이거의 '투게더' 또한 그에 못지않다. '빌리 엘리어트' '샤인' 등을 떠오르게 하지만, "예술보다 삶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로 인해 한층 더 강렬한 여운을 전하는 휴먼 드라마다. 일말의 감상과 최루적 통속성 탓에 그 수준에 약간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주제나 구성, 성격묘사 등에서 이 영화는 에미넴 주연, 커티스 핸슨 감독의 '8마일'을 닮았다. 끝내 지미(에미넴)를 영웅으로 끌어 올리지 않는 그 걸작처럼 영화는 천재 소년 바이올리니스트 샤오천(탕윤)을 비범한 천재나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제목이 시사하듯 '더불어 사는 삶'을 더 중시하는 한 아들, 인격체로 묘사한다. '현 위의 인생' '패왕별희' 등 다분히 예술지상주의 내지 탐미주의 노선을 걸었던 첸의 이력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느닷없이 이처럼 진부한 주제를 설파하는 감독이 의아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니 "신파", "변절" 따위 비판을 쏟아 붓는 것이리라.

다른 눈으로 바라 볼 수는 없는 걸까? 세월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한 중년 감독의 겸손 혹은 성숙으로. 어느 노랫말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거니까. 모두 다 노거장 로버트 알트만( '숏 컷' '고스포드 파크')처럼 변함없이 당당하고 거침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영화평론가 chanilj@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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