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시에서는 SK글로벌 분식회계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처리와 관련해 SK 계열사와 채권 은행에 대한 분석과 투자전망이 잇따랐다. 주채권 은행인 하나은행을 비롯해 4조원에 육박하는 SK 글로벌 여신의 부실화 우려에 따라 국내외 대부분 증권사는 채권 은행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일제히 낮췄다. 또 SK글로벌 지분 평가손 및 그룹 계열사들의 SK글로벌 지원 가능성에 따라 SK(주) 등 대부분 계열사에 대한 투자의견도 하향 조정됐다.그러나 일부에서는 SK글로벌 분식회계의 파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토대로 투매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이날 엇갈리는 전망 속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보합세를 유지했다.
채권은행
일반적인 우려 속에서도 실제 투자의견은 엇갈리는 양상이다.
도이치증권은 "SK글로벌 사건이 은행권의 실적과 장부가치에 미칠 영향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며 "국내 은행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도이치증권은 "은행주가 현재 SK글로벌 관련 잠재 손실분을 제외한 장부가치 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은행에 가해질 타격은 올해 실적의 5.3∼15.8%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골드만삭스나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증권 등은 향후 SK글로벌의 심각한 상환부담 및 SK텔레콤의 계열분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채권은행의 투자의견을 대부분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하나은행에 대해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투자의견을 두 단계나 낮췄고, 이번 사건과 관련이 비교적 적은 국민은행도 은행산업에 대한 시장심리 악화 가능성을 들어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도 대폭 할인돼 하나은행이 42% 떨어진 1만1,300원으로 조정된데 이어 신한·한미·국민은행도 33∼48% 낮아졌다.
UBS워버그증권은 "채권은행들이 SK글로벌 대출에 대해 50%의 충당금을 설정하면 은행 순자산 가치는 7.5% 줄겠지만, 최태원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면 파장은 상쇄될 수 있다"며 "다만 SK그룹이 자구계획을 내놓지 않거나 SK글로벌에 대해 은행들이 신용거래를 중단할 경우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SK그룹 계열사
SK글로벌과 지분보유 계열사인 SK(주), SK케미칼의 주가하락은 불가피한 반면, SK텔레콤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SK텔레콤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상회'로 오히려 상향조정한 CSFB증권은 "최악의 경우 SK텔레콤이 3조원의 추가 부채를 떠안아야 할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매력적인 수준의 가격 메리트나 재무건전성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SFB증권은 "SK글로벌과 SK(주)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할 경우 SK텔레콤 주가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JP모건이나 메릴린치증권은 향후 시장심리나 처리과정의 불확실성을 들어 SK텔레콤에 대해서도 "매수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전반적 장세 전망과 관련해 박윤수 LG투자증권 상무는 "현재의 주가 급락은 지정학적 리스크 보다는 환율 급등, 실물경기 위축 우려 등에 따른 것"이라며 "SK글로벌 사건에 따른 추가 약세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등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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