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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먹고 산다구요? 학문을 세일즈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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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먹고 산다구요? 학문을 세일즈하며 삽니다"

입력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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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팔아라.'자존심과 명예를 먹고 사는 교수들이 '학문 세일즈'에 나선 끝에 개가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국립 부경대 교수들이 그 주인공.

부경대 교수들은 피땀이 어린 논문 등 연구 결과물들을 도서관이나 연구실 내 썩힐 것이 아니라 기업 등 현실 세계에 적극 이용토록 하자는 뜻으로 '조선산업분야 교수모임' 활동을 펴고 있다. 현재 참여 교수는 조선해양시스템공학 등 11개 학과 41명.

2001년 6월 모임을 결성하고 기업들을 상대로 뛰어다닌 끝에 비로소 첫 결실이 맺어졌다. 대우조선해양(주)와 본격적인 산학협력의 길이 열린 것. 부경대는 11일 대우조선해양(주)와 산학협동협정을 체결, 교수들이 연구를 통해 얻은 기술과 정보를 대우에 유료 제공키로 하는 한편 졸업생들의 채용 확대도 보장을 받았다.

교수들이 학문 세일즈에 나선 것은 2001년 김동준 교수(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등 몇몇 교수들이 대우 옥포 조선소에 기술자문 및 현장지도를 실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만해도 부경대와 대우조선의 산학협력 폭은 서울대나 한국과학기술대 등에 비해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김 교수 등은 "대우조선과 근접해 있는 지리적 이점과 한강이남 최대 규모라고 자부하는 공대 맨파워를 갖고도 이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후 교수들은 조선분야의 연구실적 등을 소개하는 '연구교수 프로필' 책자까지 만들어 대우의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일제히 돌리는 등 공격적인 설득작업에 나섰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대우측은 교수들의 연구실적을 높이 평가하게 됐고,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달라는 요청이 부경대측에 들어오게 됐다. 이후 대우측과 6회에 걸친 조선기술 합동세미나도 열렸다.

결국 선박용 히팅시스템 개선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술상담은 물론 조선소 현장의 안전진단과 도장방식기술개발 등 많은 프로젝트를 대우측으로부터 수주하는 성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기관 대 기관의 산학협정 체결로 공식화한 것이다. 물론 대우측도 입맛에 맞는 기술정보와 자문을 받게 돼 양측의 '윈윈 게임'이 됐다. 김 교수는 "이번 학문 세일즈는 기업의 요청에 의존해 오던 기술협력을 대학이 먼저 나서 제공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글 김창배기자 kimcb@hk.co.kr

사진 이성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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